근본을 생각한다|건설 감리제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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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대형공사에 대한 시공 감리제가 올해부터 도입, 시행된다.
정부공사의 시공 감리제는 주요공사의 과당경쟁과 덤핑이 몰고 올 부실공사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로서 고안되었으나 일면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 없이 써야한다는 요구 때문에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제도는 우리 나라 건설업 일반의 정상적 운행과 우리 건축 토목문화의 상궤적 발전을 위해 더욱 강화 확대돼야겠다.
정부의 시공 감리제 자체는 물론 오늘 우리사회의 특수상황에 대처에 불가피하게 제기된 것이다.
최근 해외건설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형 해외건설 회사들이 국내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그 여파로 국내시장의 경쟁이 격화된 현실 대처다.
국내의 주요 공사들은 내정가격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서 덤핑 낙찰되고 있으며 그 결과 부실공사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주지되고 있다.
그러나 부실공사는 내일 나타날 문제가 아니며 오늘 나타나있는 과거의 실적들에서 이미 보아온 사실이다.
60년대 건설공사의 대표 격인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건설비 4백29억 원이란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역사적 건조물」이지만 지난 13년 동안 투입된 보수유지비만도 건설비의 3.1배에 이르는 1천3백32억 원에 이르는 부실공사의 전형이 되고 있다.
그 같은 부실공사의 예는 경부고속도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고속도로에 공통된 문제다.
지난 3년 동안 9개 고속도로를 고치는데 사용된 자금은 무려 1천3억6천5백만 원이나 됐다. 그것은 2천40억 원이 드는 88올림픽 고속도로 만한 고속도로를 6년마다 새로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다.
엄청난 낭비가 부실공사로 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수치요 국정의 치용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보면 해외건설의 부진도 상당한 반성의 여지가 있다. 경기의 전반적인 쇠퇴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우리건설 업체들의 덤핑과 부실공사에도 적지 않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부실의 결과로 건설대금의 미수금이 무려 3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우리 건설업체의 덤핑행위와 부실로 해서 저들은 당연히 클레임과 까다로운 시공조건으로 맞서올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신용과 위신은 점점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
일을 해주고 대금을 못 받는 일은 건설업체 자체가 스스로 노력해 해결할 일이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건설업체 일반의 이 같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나라의 책임이다.
그 점에서 정부가 주요 건설공사에 시공 감리제를 도입, 강화하려는 조처는 적절하고 당연한 것이다.
물론 종래 발주자 측의 자체 감리 기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효율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외부 감리제의 도입은 일보 진전된 방안이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문적인 감리 용역기관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전문적·기술적 측면에서 만족한 수준에 있는 곳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지금도 주요대형 공사들은 외국설계와 감리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국내외의 주요공사들을 세계적인 감리 기구를 통해 철저히 감리 하도록 하는 조처가 요청된다.
그와 함께 국내의 전문용역회사들의 기술수준을 현저히 높이기 위한 정부·민간의 육성·지수 책이 강구되어야겠다.
물론 우리 해외건설업체들도 그 동안 많은 발전을 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단순한 노동집약적 공사를 따던 시대에서 기술 집약적 공사의 수주에 이르는 발전의 몸부림은 인정돼야한다.
그러나 기술 집약적 공사의 완전한 이행은 보다 고차적인 기술개발 노력 없이는 보장되지 않는다. 단순한 공사에서 플랜트·엔지니어링까지, 거기에 신용도 높은 감리 용역 기능까지 포괄하는 능력을 배양해야겠다.
그런 노력에 의해서라야만 우리 건설업계는 제2의 도약을 이룩하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부실공사」와 「덤핑공사」만 하는 나라의 오욕을 감수할 수는 없다.
우리시대의 건축·토목문화를 후세에까지, 또 세계인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우리 건설업계의 분발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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