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美 입양아 사라 고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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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8일 낮 대구시 중구 덕산동 떡골목. 10여개의 대형 떡가게 진열장에는 형형색색의 떡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가게 안 주방에선 떡을 빚는 손길이 분주했다.

미국에서 온 사라 고디(27.여.공인회계사)는 이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떡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며 "원더풀""뷰티풀"을 외쳤다.

고디가 이어서 찾은 곳은 인근 중구 남성로에 있는 대구 약전골목. 그는 3백40여년 전인 조선 효종 때 만들어진 한약재 시장이란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17일 경주의 천마총과 불국사를 찾았을 때도 도심에 있는 우람한 왕릉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디가 우리 문화 앞에서 이처럼 흥분하는 것은 그가 생후 6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고디는 2001년 홀트아동복지회의 초청으로 처음 모국땅을 밟아 며칠 머물렀다. 당시 경북외대 설립자이자 홀트아동복지회 자원봉사자인 이영상(63.여)씨는 그를 대구로 초청했고 이곳에서 김종갑(43.경북외국어대 개교 준비 본부장)교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이 인연을 발판으로 미국에서 모국 배우기에 나섰다. 틈날 때마다 e-메일을 주고받으며 "설날이 무엇이냐"는 등 질문 공세를 퍼부어 온 것이다.

이렇게 2년여 동안의 '온라인 공부'를 마친 고디는 지난달 27일 다시 고국을 찾았다. 아예 이번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두달간 일정으로 온 것이었다. 대구에 들른 것은 金교수의 초대로 2박3일간의 문화체험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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