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평등은 어머니의 마음속에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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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년의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여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기사를 읽고 참으로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나도 아들은 책상에 앉아있으면 방해하지 않으려고까지 하면서 딸은 불러내어 이일 저일 시켜왔으니 새삼 마음에 걸린다.
금년의 학력고사 결과를 보면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중 작년 18.06%를 여학생이 차지하던 것이 10.8%로 뚝 떨어졌다. 또 여학생의 전반적인 성적도 떨어져 있으니 이런 현상을 여학생의 학력 저하현상으로 해석해야할지, 아니면 평가과정에서 여학생들이 불리한 점수를 받도록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금년처럼 여학생의 성적이 잘 안나오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더러는 말한다. 이것이 아들 입시생을 둔 어머니들의 주장인데도 딸가진 어머니들이 이에 크게 반박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아들의 교육이 더욱 소중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몇년전 이대 학보사에서 개최한 한 간담회에서 남녀공학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공학대학에 가면 남자처럼 지도력을 개발받을 수 있고 졸업 후 사회참여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3학년쯤 되고 보니 자신의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전제하면서 남학생이나 교수까지도 여학생들을 학생으로보다는 여자로 보더라고 했다.
사실 공학대학에서 가정과·간호학과·아동교육과 등을 제외한 모든 과의 조교는 다 남학생들이다. 취업 추천이나 인턴자리도 성적이 좋은 여학생들을 제쳐놓고 남학생들에게 우선으로 준다.
그래서 진학상담차 찾아오는 이들에게 나는 졸업 후 사회에 참여하여 자기의 능력과 지도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여학생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여자대학을 권한다. 왜냐하면 여자대학에서는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계속 발전하는데 유리하다, 또 서클 등에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여학생들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일까지를 직접 처리해야한다.
또 옛날과 달라 오늘날에는 남녀혼성의 교외서클이 많다. 여자대학에 다니면서도 여러대학의 많은 남학생들과 만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남녀교제나 배우자 선정의 폭에 있어서도 남녀공학 쪽보다 오히려 더 넓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졸업 후 가정생활만 할 생각을 가진 여학생들까지도 전문인을 길러낼 공학대학의 아까운 한자리를 차지하여 남학생의 기회를 빼앗는 것보다 대학생활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여자대학을 택하는 편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현명한 생각이다.
오늘의 젊은 여성들은 2천년대를 이끌고 키워야할 주역들이다. 여성의 두뇌, 여성의 참여, 여성의 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2천년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이 오늘날 여성교육의 당면과제다.
한편 기혼여성의 취업활동 증가마저도 사회적 요청에 의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대처키 위해 남녀불평등의 기회는 어머니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사회의 각방면에서 하루속히 사라져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백명희◇약력 ▲36년 대구출생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 ▲76년 문학박사 ▲67∼80년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이화여대 학생처장 역임 ▲현재 이대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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