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사무총장도 참가비 내고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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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솔직히 이번 행사에 이만큼 많은 참가자가 몰릴 줄 몰랐습니다. 높아진 한국 기업과 경제의 위상을 확인한 것 같아 기쁩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의 중요 민간행사인 '최고경영자 회의'(CEO서밋)의 준비를 총괄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장국현(사진) 상무(국제협력실장)는 홀가분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이었다.

1996년 서밋이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인 800여 명의 경영인이 참석한 것은 물론 역대 최다인 9명의 정상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성황리에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 참가비는 1인당 2000달러. 각국 정부 및 후원 기업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참가비 면제는 일절 없었다. 여느 경영자 포럼에서라면 체재비와 거액의 강연료를 받고서야 겨우 참석했을 만한 '거물'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참가한 것이다.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 같은 명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원 기업 확보도 순조로웠습니다. 한 업종에서 한 기업만 후원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에 업체 선정에 애를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장 상무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흑자 결산을 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 상무는 전경련 APEC TF팀장을 맡아 지난해 초부터 행사 준비에 매달려왔다. 행사가 시작되기 석 달 전부터는 11명의 팀원과 함께 매일 밤샘 근무를 하다시피 했다. 21개국의 시차 때문에 국제전화를 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각국 정상들의 섭외였습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일정을 확인해주지 않아 마지막까지 애를 태웠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애초 연설을 약속했다가 닷새를 남겨두고 '불가'를 통보하더군요."

숙소 배정도 큰 문제. 부산 시내 고급 호텔을 전부 동원했지만, 일부 내로라하는 CEO들이 국가 정상 수준급의 호텔을 원하는 바람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고. 장 상무는 "내년 서밋을 주관하는 베트남 상공회의소나 2007년 개최지인 호주에서 벌써 협력을 요청해오고 있다"며 "이번에 터득한 노하우를 적극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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