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위협받는 아프간 여성 경찰 … 출퇴근 땐 부르카 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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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받고 있는 아프간 여성 경찰들. [중앙포토]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경찰 파르비나 사르다르(28)가 괴한의 총에 즉사한 건 2013년 7월. 집으로 향하던 그를 막아선 남성이 그에게 11발을 쐈다. 그 해 사르다르 외에도 5명의 아프간 여성 경찰관이 살해당했다. 아프간에서 여성 경찰이 직면한 위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정권은 2001년 붕괴했지만 아프간에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은 여전하다. 서방은 아프간 여성이 겪어온 차별과 폭력을 없애기 위해 지원해 왔다. 여학교를 짓고 여권 신장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여성 경찰을 양성했다. 아프간 여성을 폭력으로 지켜내기 위해 여성 경찰관을 양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서방 논리였다. 그러나 남존여비가 뿌리 깊은 아프간 사회에서 여성 경찰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방이 아프간 지원의 손길을 거두려는 지금 여성, 특히 여성 경찰의 처지는 위태롭다. 수도인 카불과 도시에선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좋지 않다. 이런 곳에선 “여성 경찰은 창녀”라는 손가락질도 빈번하다. 직업 특성상 입어야 하는 제복도 출퇴근길엔 입을 수 없다. 온몸에 뒤집어 쓰는 부르카를 입지 않으면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약 10년간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약 5000명의 여성 경찰을 양성했으나 현재 현역으로 남은 여성은 2700여 명에 불과하다.

 아프간 내무부에서 여성 경찰 양성을 담당하는 알리 아지즈 아흐마드 미라카이 경무관은 “아프간 남성은 여성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남성 경찰들은 ‘여자들은 정오까지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 식사 준비나 하라’고 말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업무 현장에서 여성 경찰이 동료나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한다. 업무 배분의 불평등은 일상 다반사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례는 있다. 자리프 샨나이비의 경우다. 그는 카불의 여성교도소장으로 임명되며 최고위직 여성 경찰이 됐다. 임명은 됐지만 남성 경찰을 통솔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다들 말을 안 듣자 그는 남성 경찰 중 고참을 따로 불렀다. 불만사항을 청취한 후 “시정할 수 있도록 상부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그날 이후 남성 경찰은 자리프에게 거수 경례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자리프의 경우는 극소수다. 살해 당한 사르다르의 가족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 그의 아버지는 “딸이 몰래 경찰 일을 했지만 친척들 사이의 소문이 탈레반 측에 흘러 들어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탈레반이 두려워 가족은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아프간 여성 경찰의 현실이다.

잘랄라바드(아프간)=알리사 루빈 기자

※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3월 2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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