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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대교·외곽순환로 통행료 내려라" … 칼 빼든 지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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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고양과 김포를 잇는 일산대교 요금소. 경기도는 최근 최소운영수입(MRG)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산대교㈜와 갈등을 빚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와 수도권 시·군·구들이 민자도로 운영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통행료를 내리고 보전금도 덜 받으라는 것이다. 애초 주기로 한 보전금까지 지급하지 않으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압박 대상은 일산대교와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이다. 일산대교는 경기도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1.84㎞ 다리다. 통행료가 1200원이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는 교량 건설투자 및 운영사인 일산대교㈜에 한 해 40억~50억원을 ‘최소운영수입(MRG) 보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줘야 하는 2013년도분 보전금 41억9000만원을 주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는 “셈을 다시해 보자”고 제안했다. 사정은 이렇다. 일산대교는 민간자본 1485억원, 경기도비 299억원을 들여 2008년 5월 개통했다. 투자한 민간 업체에는 “투자금 대비 연간 7.94% 수익률을 안겨주겠다”고 했다. 통행료 수입이 7.94%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경기도가 보전해 주겠다는 얘기다.

 막상 다리를 놓고 보니 통행량이 예상보다 적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86억원을 일산대교㈜에 줬다. 이대로면 계약 기간인 2038년까지 모두 2200억원을 보전금으로 건네야 할 판이다. 경기도가 “셈을 다시 하자”고 나선 이유다.

 명분은 있다. 금리 하락이다. 계약 당시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6%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2% 정도다.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7.94% 수익을 계속 보장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유영봉 경기도 건설국장은 “보장 수익률을 4%로 낮추면 보전금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통행료 또한 950~100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렇게 보장 수익률을 낮춘 사례가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다. 2013년 말 재계약을 통해 원래 8.96%이던 보장 수익률을 1.8%로 낮췄다. 애초 민간 투자사였던 맥쿼리와 현대로템이 한화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에 지분을 매각해 주인이 바뀌면서 이런 재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일산대교는 주인이 그대로다. 이 때문에 일산대교㈜는 보장 수익률 조정에 난색을 표한다. 일산대교㈜ 김종식 통합본부장은 “우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기도가 기일을 넘겨 보전금을 주지 않은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국민연금공단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산에서 의정부를 거쳐 퇴계원에 이르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36.3㎞)을 놓고서는 노원구 등 서울시 5개구와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도 10개 시·군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경기·서울 공동 대응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민자건설된 북부 구간의 통행료를 내린다는 목표다.

 국가 재정으로 만든 외곽순환도로 남부 구간(김포~구리)과는 달리 북부는 민자로 건설해 2007년 말 개통했다. 그 때문에 통행료가 남부 구간의 2.6배다. 남부는 1㎞당 50원인데 북부는 132원이다. 여기에 보전금까지 따로 물어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건설투자·운영사인 서울고속도로㈜에 모두 1206억원을 줬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 시·군·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보전금은 정부가 주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순전히 통행료 인하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민 고양시 정책기획담당관은 “북부 구간은 민간 투자사에 보장한 수익률이 연 8.51%”라며 “이를 절반인 4.2~4.3%로 낮추고 전부 통행료에 반영하면 북부 구간 요금을 지금의 절반 수준 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속도로㈜ 측은 “회사 사정으로 개통 후인 2011년 높은 이율의 회사채를 발행해 수익률을 낮출 여력이 없다”고 했다.

글=전익진·임명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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