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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식]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와 파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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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책과 동명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파스타입니다.

벨 파 니엔테(Bel far niente). 이탈리아어로 빈둥거림의 미덕이라는 뜻입니다.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스트레스 받는 미국 사람들과 달리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얘기하며 나온 표현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해야 할 것 같은 3월의 첫 번째 주입니다. 혹시 스스로에게 과한 목표를 내주고 채찍질하고 있지 않나요. 하루 정도는 채찍질을 멈추고 주인공 리즈처럼 파스타 한 그릇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달콤한 게으름을 부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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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말해봐. 너는 내 사랑이 느껴지니? 난 사랑할 가슴도 없어! 이탈리아부터 갈게. (중략) 난 예전에 식욕과 의욕이 넘쳤거든 근데 다 사라졌어, 그래서 모든 열정을 회복하고 싶어. 이탈리아어 배우고 아이스크림, 스파게티 먹고. (중략) 난 15세 때부터 연애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어. 날 돌아볼 시간 따위 없었다고. 나를 잃어버렸어. 이탈리아에서 쉬고 인도 아쉬람에서 명상하고 마무리는 발리에서 하려고.” -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년) 중에서

#2 ‘볼로냐를 여행하는 동안 영어에는 ‘Buon appetito(맛있게 드세요)’에 해당하는 표현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건 슬픈 일인 동시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 이탈리아 기차 여행이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과 와인들의 이름을 통과하는 여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역은 파르마, 다음 역은 볼로냐, 다음 역은 몬테풀치아노(각각 치즈·소시지·와인 산지로 유명).’ -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06년) 중에서

영화와 동명의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끊임없이 요리 천국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작가로서의 유명세부터 맨해튼의 아파트, 자상한 남편까지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 리즈 (줄리아 로버츠)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한다. 평생 사랑하겠다고 다짐한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그를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혼을 준비하며 남편과 멀어진 리즈는 입맛마저 잃어버린다. 그리고 친구 델리아에게 이탈리아에 가겠다고 얘기한다.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쉴 새 없이 먹는다.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리즈. [사진 영화 캡처]

 델리아는 “철없는 애같다”며 리즈를 말리지만 소용없다. 그렇게 리즈는 이탈리아·인도·발리로 이어지는 여행을 시작한다. 첫 여행지인 이탈리아. 그곳에서 리즈는 이탈리아의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 델리아에게 말한 대로 식욕도 되찾는다. 아니, 오히려 늘어난 바지 사이즈를 걱정할 정도다. 보기 안쓰러울 만큼 말랐던 리즈는 이탈리아에 머무는 4개월 동안 체중이 12㎏이나 늘었다. 빵은 기본이고 나폴리 피자에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까지 쉴 새 없이 먹었으니 말이다. 두툼한 빵으로 접시에 남은 소스를 깨끗이 닦아 먹은 뒤 손가락을 빠는 리즈를 보며 이탈리아 친구 루카 스파게티는 “인도에 가서 뭘 먹을 작정이냐”고 묻는다.

 실제 영화와 책에는 쉴 새 없이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들이 나온다. 영화에서 도마 위 칼들은 춤을 추듯 재료를 썰고 화려한 색상의 식재료, 다양한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중 가장 자주 나오는 요리가 바로 파스타다. 인터컨티넨탈코엑스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카이라운지’의 페더리코 로시 셰프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파스타란 그저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문화다. 이탈리아는 20개 지역과 110개의 주로 나뉘고 수백 개의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와 각기 다른 수천 가지 조리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부 지방에서는 허브와 감자가 많아 이를 이용한 뇨끼, 바질페스토 파스타 등이 유명하다. 중부 지방은 달걀과 밀가루만으로 반죽해 만든 생파스타, 특히 생파스타로 만든 라자냐가 알려져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볼로네제 파스타가 바로 중부 지역의 파스타다. 남부 지방은 해안가 근처이기 때문에 해산물을 이용한 파스타가 유명하다. 봉골레 스파게티나 정어리를 넣어 만든 파스타 등이 있다. 다른 지방보다 건파스타를 많이 먹는 것도 남부 지역만의 특징이다.

 영화 속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레스토랑 야외에서 토마토 파스타를 먹는 장면은 당장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달려가고 싶을 만큼 식욕을 자극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2010년 일본에서 열린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기자간담회에서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는 말에 “처음에는 괜찮은데 6~7번 먹다보면 조금 힘들어진다. 그래도 영화에 좋은 장면을 넣기 위함이니까 만족한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식문화도 담겨 있다. 책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신이 응원하던 축구팀이 패하자 기분 전환을 위해 작은 빵집을 찾아 슈크림빵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 바에 가서 술을 마시는 미국 사람들과 달리 맛있는 빵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리즈는 말한다. “이러니 이탈리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지.”

"파스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이탈리아 상징 문화"
면 종류 따라 스파게티, 링귀네, 푸실리 등 명칭 다양
알리오올리오,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인 파스타

 이탈리아 현지 조리법 그대로 만든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한국인에게 익숙해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물론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 등을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199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93년 ‘소렌토’를 시작으로 ‘스파게티아’ 등 파스타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이 잇따라 문을 열며 대표적인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중반엔 와인 붐으로 파스타를 찾는 사람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나 크림소스 스파게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정도로 파스타 메뉴는 제한적이었다.

 사실 우리가 파스타 대신 사용하던 스파게티라는 이름은 파스타를 만드는 면 가운데 한가지다. 파스타를 만드는 면은 굵기와 길이에 따라 링귀네·타야린·펜넨·푸실리 등 다양하다. 스파게티는 얇고 긴 면을 말한다. 면 반죽에 계란이 들어갔느냐 아니냐로도 크게 프레시(생파스타)와 드라이(건파스타)로 나뉜다. 생파스타는 달걀을 넣은 것으로 라자냐·탈리아텔레·페투치네와 같은 생면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스파게티는 삶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한 건파스타에 속한다. 한국에선 여전히 생파스타보다 건파스타가 인기다.

 정통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가 등장한 건 2000년대 이후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경험자들이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된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찾으며 곳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다. 외국에서 경험을 쌓은 셰프들의 활약은 사람들의 높아진 입맛을 만족시켰다. 로시 셰프는 “한국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매우 높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이재훈 뚜또베네 총괄셰프는 한국의 미식 수준을 보여주는 요소로 바질페스토를 꼽았다. 바질을 이용한 이탈리안 전통 소스인 바질페스토로 만든 파스타는 이탈리아 대표 메뉴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총괄셰프는 “바질페스토는 요리사들이 꾸준히 메뉴에 올려왔지만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고 했다.

 2010년 방영한 드라마 ‘파스타’도 파스타의 인기를 이끌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을 배경으로 펼쳐진 남녀의 사랑 얘기를 다룬 만큼 파스타가 자주 등장했다. 드라마 이후 올리브오일과 마늘만 넣어 만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파스타의 단짝으로 여겨졌던 피클이 이탈리아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때 알려졌다. 드라마를 촬영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는 샘킴 셰프의 출중한 요리 실력에 드라마 촬영지라는 점이 더해져 드라마가 끝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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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타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알리오올리오 같은 이탈리아 전통 파스타와 한국의 식재료를 더해 각 셰프만의 색을 입힌 창의적인 파스타로 양분되는 분위기가 있다. 로시 셰프는 “파스타는 기본적으로 올리브오일·토마토·마늘 등 지중해 요리의 기본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다. 이중 알리오올리오는 구운 라자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마르게리타 피자와 더불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파스타”라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독자의 이야기] 행복이 별거 있나요 남편이 만든 파스타

드라마 ‘파스타’가 한창 인기였던 2010년 추운 겨울 늦은 밤, 남편이 알리오올리오를 만들어줬습니다. 마늘편을 넣고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서요. 얼큰한 알리오올리오와 맥주 한 잔을 함께했더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청양고추의 매운 향 때문에 해장국 먹듯 땀을 쭉 흘리고 먹었어요. 남편과 대화를 하고, 우리가 사랑함을 느꼈습니다. 일상에 부대끼지만 그때 그 시간은 따뜻했고 아늑했고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으로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태리 식당에 가도 알리오올리오는 주문하지 않습니다. 그날의 추억과 오버랩 될까봐, 더 맛있는 알리오올리오를 만나게 될까봐요. 남편이 만들어준 청양고추 알리오올리오를 간직하고 싶습니다. 행복이 별거 있나요. 이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전수현(45·목동)

서울의 파스타 맛집

서울에서 유명한 파스타 맛집 4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배한철 총주방장,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 푸드매거진 『라망』 장은실 편집장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4곳을 추렸습니다.

키친485
“마늘 기름을 넣어 만든
알리오올리오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진다.”

● 특징: 32년 경력의 태재성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새우크림고추페투치네와 라자냐 등 10가지의 파스타는 모두 매장에서 직접 뽑아낸 생면을 사용한다. 3000원을 추가하면 시금치·고추 등을 갈아넣은 면이나 먹물로 만든 면 등 이곳만의 특별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4월 말부터는 이탈리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파스타로 메뉴를 개편할 예정이다.

● 가격: 알리오올리오 1만58000원, 새우크림고추페투치네·라자냐 1만9800원씩, 일프레지덴테 2만5800원

●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연중 무휴)

● 전화번호: 02-325-0485

● 주소: 마포구 양화로6길 67(서교동 399-24)

● 주차: 발레 파킹(무료)

만조네
“이탈리아 가정집처럼 아늑한 분위기에
재료를 아끼지 않은 요리에 마음까지 부르다.”

● 특징: 이태원역 뒷골목에 위치해 아는 사람만 가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노란색 벽에 초록색 문의 외관 덕분에 쉽게 눈에 띄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임을 보여주는 간판조차 없어 모르고 가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주방과 붙어 있는 카운터(바) 자리에서는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남자들이 가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 가격: 오늘의 파스타 1만8000원, 라구소스의 딸리아뗄레 2만2000원, 가락시장 해산물 파스타 1만9000원

● 영업 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주말엔 오후 9시까지·매주 월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6095-3757

●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 20길 13(이태원동 74-40)

● 주차: 불가

뚜또베네
“계란 노른자에 비벼먹는 파스타 ‘따야린’ 등
독특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 특징: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일한 이재훈 총괄셰프가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청담동 대표 맛집이다. 파스타 역시 이 셰프만의 스타일로 낸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따야린. 면을 세이지(허브)와 버터에 볶아 트러플(송로버섯) 오일을 뿌려나오는데 함께 나오는 계란 노른자와 같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미식가뿐 아니라 동료 셰프들에게도 인기있는 메뉴다.

● 가격: 라자냐 3만2000원, 라비올리 2만9000원, 따야린 2만7000원

●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11시(월요일은 점심 휴무)

● 전화번호: 02-546-1489

● 주소: 강남구 압구정로 77길5(청담동 118-9)

● 주차: 발레파킹(3000원)

몽고네
“음식 만드는 소리와 풍미를 공유하는 오픈주방,
면·허브·소스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 특징: 아담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이탈리안 밥집이 컨셉인 레스토랑. 정어리·호박 등 흔한 재료를 흔하지 않게 사용한다. JTBC 비정상회담에 이탈리아 대표로 출연하는 알베르토 몬디가 모 인터뷰에서 맛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까르보나라에 크림 대신 계란 노른자를 넣는 등 이탈리아 조리법대로 만들어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가게가 협소한 만큼 예약은 필수.

● 가격: 알리오올리오 1만5000원, 까르보나라 1만6000원

●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10시30분(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70-8623-0680

● 주소: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53(연희동 192-29)

● 주차: 발레파킹(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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