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펴낸 배우 김희선] "장르 바꿔 다시 태어난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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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류는 다분히 운이 따라준 결과이고, 어느 날 느닷없이 받은 선물인지도 몰라요. 한국문화의 진면목을 전하고 아시아가 공유하는 비전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엽고 예쁘게만 알아온 배우 김희선이 정색하고 한 말이다. 안재욱과 함께 한류의 '원조 스타'라서 묵직하게 들린다. 최근 고품위 사진집 'Marvelously … Kim Hee Seon'(나무와 숲.10만원)을 펴낸 그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가 한류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일본 공략 계획을 차례로 밝혔다.

-이번 사진집을 보고 꽤 놀랐습니다. 만족스러운가요.

"최근 서울 강남의 화랑'더 콜롬부스'에서 전시를 겸한 출간기념회를 열었는데, 그날 '오늘은 두 번째 생일'이라고 고백했어요. 제가 장르를 바꿔 다시 태어난 듯한 그런 느낌…."

-5월 파리에서 촬영했죠. 작업과정을 설명해 준다면.

"기간은 한 10여일? 세 작가와 함께 하루 몇 시간씩을 함께하는 식이었는데, 패션지 보그의 작가로 유명한 파울로 로베르시 외에 장 프랑수아 칼리, 자즈요시 시모무라가 참여했어요. 세 작가들 사이의 앵글이 사뭇 다르면서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니까 너무 좋습니다."

-자, 한류의 원조스타인데 이 사진집도 중국.일본을 겨냥한 걸로 압니다. 당신에게 한류란 무엇이죠?

"얼마 전 중국에 갔을 때 한 신문을 보고 흠칫했어요. '금 캐가는 한류'라는 제목인데, 촬영 때 며칠 묵으며 몇억 원씩 챙겨간다는 식이에요. 역(逆)한류란 말도 있다더니…."

-김희선씨 판단은 어떤지요.

"반성해야죠. '저 스타는 정말 내 나라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겠죠. 거만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몸도 더욱 낮춰야겠죠. 아세요? 제가 칸 영화제에도 가봤지만, 사실 저를 포함한 한국배우들은 아직은 준비 부족이죠. 언어부터 통하지 않으니 '밥통'처럼 앉았다가 오기 십상이고요. (웃음) "

-내년 일본 공략이 핵심이라고 들었는데….

"배용준씨 덕을 제가 좀 볼까 합니다. 단 일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고, 충분한 준비를 거쳐 한 방에 끝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뜸을 좀 들여왔습니다."

-왜죠?

"일본은 문화적 차이가 큰 나라거든요. 영화 '더 미스'의 내년 초여름 개봉, NHK 등과 협의 중인 드라마 출연, 그리고 사진집 배포라는 세 개 카드를 동시에 뽑습니다. 웃지 마세요. 제가 일본에 진출하는 방식은 아래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게 아니라, 곧바로 정상에 올라선다는 탑 로딩의 방식이니까요."

그는 "외모 덕분에 배우를 하기가 쉬웠으나 요즘 그런 이미지가 장애로 느껴질 때도 있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또 "장동건씨가 '완벽한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려고 일부러 험한 옷을 입고다닌다는 말을 했다는데,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술은 샴페인만 마시는데, 그건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때 사발로 마셔 댄 소주에 대한 알레르기 때문이라는 일화도 공개했다.

글=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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