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불 노인 25,000명 정신병원에 감금당해|부양힘든 자식들이 넘겨… 탈출소동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수년전 P라는 63세 노인은「감옥」 같은 감금생활을 견디다못해 종신수용조치돼있던 파리의 한 정신병원을 탈출했다.
간호원의 열쇠를 훔쳐 병실문을 열고 침대보를 찢어 손수 만든 끈에 의지해 병원담을 넘었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띨세라 탈출후 3년간 줄곧 숨어살다 얼마전 병원에서 정신병자가 아님을 확인받아 밝은세상에 다시 왔다. 노인은 기억력이 흐리기는했으나 분명히 정신범자는 아니었다. 다만 부양능력없는 비정한 자식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되었을 뿐이었다.
최근 파리의 한 신문은 P노인과 비슷한 곡절로 프랑스의 각정신병원에 부당하게「감금된 노인이 2만5천명이니 된다고 폭로했다.
철저한 핵가족단위로 사는 프랑스사회에서 노인들의 고독과 설움은 상상 이상이다.
많은 노인들이 퇴직후 자식들과 떨어져 「노인의 집」(일종의 양로원) 에 들어가 쓸쓸히여생을 보내지만 그럴 형편도 못되는 점이 문제다.
점차 거동이 불편해가는 늙은 부모에게 신경을 쓸 틈이없고, 생활이 어려워 노인의집에 입주시킬 능력도 없는 일부가정에선 어떻게 해서든지 노부모를 떠맡길 궁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양로원 입주는 거동이 혼자서 가능해야 한다든가 조건이 까다톱고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그러나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입원비등 모든 경비가 사회보장기금에서 지출되어 돈이안든다.
결국 노부모를 정신병자로 만들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가정이 적지않게되며 이같이 부당하게 조작된 입원환자에게 지출되는 사회보장기금이 연간 50억프랑(약 5천억원)이상인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인륜적인 문제는 덮어두고라도 이런 부당행위로 인한 재정적 부담가중으로 정부도 걱정이 태산같지만 약식절자를 밟아 수용된 가짜 정신병자를 가려내기가 쉽지않아 골치를 앓고있다.
노부모를 어떻게 해서라도 정신병원에 보내려는 비정한 자식들의 속임수도 그러려니와 정신병원측의 고의적인 변칙처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병원은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더많은 돈을 의료보험기금에서 받아낼수있기때문에 일부 정신병원 의사들이 병원수입을 늘리기 위해정신질환증세가 전혀 없는 노인들의 강제수용 처방에 서명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이야기다.【파리=주원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