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논란 조사 사흘 내 발표 의혹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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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의혹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연구과정에 아무런 윤리적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6일 새벽(한국시간)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안에서다.

황 교수는 전날 비행기 출발시간인 오후 6시5분을 약간 넘겨 승객 중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인천공항에 몰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등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넥타이를 풀었다. 얼굴을 알아본 승무원들의 인사에 일일이 답하기도 했다. 비행기 이륙 후 일간지 몇 개를 집어들고 읽던 황 교수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황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도착 1시간20분 전인 새벽 3시가 돼서야 눈을 떴다. 그제야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청했다.

-최근 심경은 어떤가.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라 당황스럽다. 침착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나마 우리 언론이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차분하게 다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황 교수팀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는지를 포함, 난자 제공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왜 입장을 밝히지 않는가.

"섣불리 예단해서 말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 심정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궁금증이 모두 해소될 것이다. 지금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유든 아니면 다른 형태든 간에 잡음이나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구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은 물론 사후에 나올 수 있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어쨌든 의혹은 여전하다.

"국민이 의혹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혹시 모르는 부분이 있나 해서 (난자 제공 과정을) 조사해 보는 것일 뿐이다."

-조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조만간 나온다. 이르면 3일 안에 발표할 것이다. 적절한 대응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 제럴드 섀튼 교수를 만나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섀튼 교수가 결별 선언을 한 뒤 접촉한 적이 있나.

"연락이 안 된다. 왜 연락을 끊었는지 모르겠다."

-섀튼의 결별 선언 배경에는 우리에게 배아복제 기술이 뒤진 미국 쪽의 음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히 분석하는 중이다."

-섀튼 교수가 황 교수의 배아복제 기술을 다 배운 뒤 결별을 선언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기술전수인지 유출인지 상황이 애매해지는데.

"(잠시 생각을 한 뒤) 이 기술은 우리 연구원의 기술이 아니다. 국민의 기술이다.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 정보기관도 (국민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정도로)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우리 정보기관도 만만치 않다."

-기술 유출 가능성 조사하고 있나.

"지금 논란이 되는 난자 제공 과정은 물론 앞으로 외국 현지의 허브 구축, 기술 유출, 향후 외국 연구진과의 협력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출장을 가는 목적은.

"상을 받으러 간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출장은 이번 일(난자 제공 과정의 윤리 논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스너피(황 교수팀이 복제한 개)를 특허 등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각에서 그런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스너피는 특허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너피는 인류를 위한 것이고, 한국이 돈 벌겠다고 기술을 축적하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를 향한 숭고함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샌프란시스코행 대한항공 KE 023편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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