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일본과는 한없는 애정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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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에 미국은 둘도 없는 동맹이다. 일.미 관계를 대충 처리하고, 그로 인한 마이너스 부분은 다른 나라와의 우호 관계 강화로 보완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난 그런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미.일 관계는 매우 굳건하며 미.일동맹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안전보장의 기둥이다. 자유의 나라 일본은 세계의 변혁을 돕고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16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밀월 관계를 전 세계에 과시한 자리였다. 두 정상은 상대방에 대한 찬사를 나열하는 데 공동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주일미군 기지 이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양국 간 현안은 "이견 없음"으로 간단히 넘어갔다.

◆ "우리는 최고의 친구"=양국 정상의 격의 없는 관계는 이날 오전 부시 대통령이 묵고 있는 교토 영빈관의 '영접'에서부터 드러났다. 부시는 현관에서 1인승 세그웨이(2륜 전동 스쿠터)에 탄 채 고이즈미 총리를 맞았다. 고이즈미가 깜짝 놀라자 부시는 시승을 권유했다. 고이즈미는 주저 없이 세그웨이를 탄 뒤 "오, 베리 굿(좋습니다)"이라며 환성을 올렸다. 두 정상은 서로 어깨를 두들기고 껄껄 웃으며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 부부와 고이즈미 총리 등 셋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2년 방문한 바 있는 긴카쿠지(金閣寺)를 함께 산책했다. 1시간30분간의 정상회담 직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일.미 관계가 긴밀할수록 중국.한국 등 국제사회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일.미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시는 이에 화답하듯 고이즈미와의 신뢰 관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고이즈미의 판단을 믿으며 지도력을 찬양한다" "미국은 평화와 자유의 맹우(盟友)로서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 각종 현안에서도 호흡 맞춰=고이즈미 총리는 다음달 14일 끝날 자위대 파견 기간의 연장 의사를 부시 대통령에게 명확히 밝혔다. 그러자 부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을 받는 부시에게 자위대 파견 기간을 연장한 일본은 큰 원군"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한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고이즈미가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미.일동맹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두 정상 간의 이런 계산법이 이번 회담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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