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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 오시면 온가족 모여 빚는 만두 닮은 ‘만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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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 28면

중앙SUNDAY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영자신문 코리아중앙데일리와 공동으로 세계음식탐방을 기획했다. 서울 주재 각국 대사의 배우자, 혹은 대사를 초청해 그 나라 대표 음식 한 가지의 요리법을 배우고, 한국 셰프가 여기에 어울리는 한식 한 가지의 요리법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첫 손님이 된 나라는 ‘형제의 나라’로 불리며 동서양 문화의 접점으로 다채로운 음식 전통을 지니고 있는 터키. 피나르 옥찰(57) 주한 터키 대사 부인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서울 파르나스에서 코엑스 인터컨티넨털 소속 셰프 황남연 씨와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1> 주한 터키 대사 부인의 ‘만티’ 요리

“실은 지금 요리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팔려는 것은 아니고, 제 요리법을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몇 명한테 선물하고 싶어서죠. 시중에 나와있는 책보다 훨씬 간단하게 설명했어요.”

손 많이 가는 음식 … 함께 빚으며 이야기 꽃 피워
주한 외교 커뮤니티에서도 활달하기로 소문난 피나르 옥찰 주한 터키 대사 부인은 평소 요리를 얼마나 즐기느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고른 터키 음식은 평소에도 즐긴다는 만티. 반죽을 만들 때는 밀가루, 보렉(borek), 필라프(pilav) 등이 쓰인다. 만티는 만두와 비슷하다. 가족이 다같이 모여 만드는 전통까지도.

“다같이 모여 만티를 만드는 그 자체로 일종의 사교 모임이나 여가가 될 수 있어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럿이 모여 각자 역할대로 음식을 만들죠. 그 와중에 재미있는 얘기들도 오가고 그래요.”

터키 대사 아르슬란 하칸 옥찰을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 그는 터키 정부에서 일하는 도시 설계사였다. 수도 앙카라에 있는 중동공과대학교에서 도시 설계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지역 설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네덜란드 바우센트룸 국제대학원에서 주택 산업 과정을 수료했다.

결혼 후에도 몇 년 간 도시 설계사로 일했지만, 세 아이의 엄마에 외교관의 부인이라는 역할까지 더해져 결국 일을 접었다.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결심한 것은 최고의 대사 부인이 되는 것. 그후 수많은 외교관 부인 모임에서 회장 역할을 맡으며 터키에 대한 다른 나라의 이해를 넓혀나가는 것에 힘써왔다. 35년 넘게 외교관의 부인으로 살았지만 남편과 함께 지난해 1월 한국에 부임한 게 아시아 국가에서 일하는 첫 경험이라고 했다.

“터키 요리에는 다양한 재료가 성장할 수 있는 자연환경, 황실 요리법, 오래된 사회문화 전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돼 있지요. 동식물이 풍부하고 지방마다 요리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음식이 아주 다양해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터키 음식 케밥(kebab)은 과거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투르크 족 유목민들이 즐기던 음식이다. 사용되는 빵과 고기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 게 가장 큰 묘미라고 했다. “서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케밥을 팔긴 하지만 케밥 외에 다른 터키 음식은 거의 팔지 않는다는 게 조금 아쉽죠.”

그렇다면 옥찰 씨가 즐기는 한식은 무엇일까. “만티와 비슷한 만두, 그리고 갈비지요. 부산에서 먹는 회 또한 일품이에요. 터키가 바다로 둘러 싸여있기 때문에 해산물이 친숙하거든요.”

환영화합 뜻 담긴 한식 ‘어선’과 잘 어울려
대사관저 조리사의 도움을 받아 만티를 빚은 옥찰 씨가 도전할 한국 음식은 한식 메뉴인 어선(魚膳).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아시안라이브에서 근무하는 황남연 셰프가 지도에 나섰다. 어선을 선정한 이유로 황 셰프는 “어선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귀한 날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했다”며 “귀한 손님한테 환영과 화합의 뜻에서 선택한 만티와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음양오행에 입각한 오방색(황·청·백·적·흑)이 한국의 전통 색상이자 음식에도 흔히 사용된다는 황 셰프의 설명에 옥찰 씨는 형형색색의 속 재료를 유심히 살폈다. “한국인들은 음식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알아요. 색깔이 아주 화려하네요. 터키 요리에서는 채소 본연의 향을 살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한식에서처럼 양념은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요리가 끝나고 시식 시간. “만티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일 맛있다”는 성화에 황 셰프가 먼저 수저를 들었다. “요거트 소스가 정말 새로웠어요. 칠리 소스 특유의 시고 매운 맛이랑 잘 어울리네요. 이탈리아의 라비올리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어 능숙한 젓가락질로 어선을 집어든 옥찰 씨는 “정말 맛있다. 쌀이 들어가지 않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적합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선> 1~2인분
재료:
흰 살 생선 (도미 또는 대구) 200g, 녹두 녹말 가루
생선 밑간: 생강즙 1/2t,
화이트 와인 1t, 흰 후추가루 1/2t, 소금 1/2t
속 재료: 오이 100g, 당근 50g, 붉은 고추 1개, 달걀 2개,
올리브 오일 3/4t
표고버섯 양념: 마른 표고버섯 2장, 간장 1T, 설탕 1t, 참기름 1t
초간장: 식초 1/2t, 간장 1t, 설탕 1/2T, 깨소금 1자밤
기타: 김발, 소창(이불 안감 등에 쓰는 무명 천)

만드는 방법
1. 마른 표고버섯을 따뜻한 물에 불린다.
2. 생선 밑간을 위해 소금·생강즙·와인·흰 후추가루를 섞은 뒤
생선 위에 고루 바른다.
3. 달걀 2개를 황, 백으로 나눠 지단을 부친다. 흰자는 3mm 두께로 자르고
노른자 지단은 사각형이 되도록 각 모서리를 자른다.
4. 오이와 당근은 5 x 0.3cm로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
물기를 제거 후 각각 볶는다.
5. 붉은 고추는 반으로 갈라 채 썰어 볶는다.
6. 마른 표고버섯을 물에서 꺼내 짠다. 채 썬 뒤 간장·설탕·참기름과 섞어 볶는다.
7. 도마에 김발을 놓고 젖은 소창을 깐 다음 노른자 지단을 펴고
녹말가루를 뿌린다. 포 뜬 생선살을 펴고 볶아놓은 채소를 놓고 둥글게 만다.
8. 소창에 말려 있는 것을 찜통에 넣어 10분간 찐다.
9. 식초·간장·설탕·깨소금을 섞어 초간장을 만든다.
10. 찜통에서 어선을 꺼내 식히고 2cm 두께로 잘라 접시에 담는다.

<만티> 4인분
재료:
밀가루 반죽: 밀가루 500g,
달걀 2개, 소금 1/2t,
미지근한 물 1/2컵
속 재료: 다진 쇠고기 200g,
다진 양파 1개, 소금 1/2t,
후추 1자밤, 다진 파슬리 1/2컵
토핑: 플레인 요거트 200g (상온 보관), 다진 마늘 2개, 버터 1/4컵, 다진 박하 잎 1t, 붉은 고추 가루 2t
기타: 물 5컵, 육즙 1컵, 소금 1t

만드는 방법
1. 반죽을 위해 밀가루·달걀·소금을 섞어 10분간 주무르고 간간이 물을 뿌린다.
보자기를 덮어 20분간 숙성시킨다.
2. 속 재료를 위해 쇠고기·양파·소금·후추·파슬리를 고루 섞는다.
3. 반죽을 반으로 갈라 두께 2.5mm 될 때까지 밀고 간간이 밀가루를 뿌린다.
4. 반죽을 2.5cm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5. 속 재료를 각 정사각형에 넣어 네 꼭지점을 중간에 모여 싼다.
6. 중간 불에 물·육수·소금을 섞은 뒤 쌈을 넣어 15분간 끓인다.
접시에 담아 요거트를 붓는다.
7. 토핑을 위해 약한 불에 버터·마늘·고추 가루를 섞어 5분간 끓인다.
8. 7을 6 위에 부어 박하 잎을 뿌린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elee@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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