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원 '꿈을 이루다'… K2 득점왕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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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실업축구에서 세미프로로 변신한 K2-리그가 3년 만에 스타를 탄생시켰다. 올해 득점왕(11골) 김한원(24.수원시청.사진)이다.

지난 10일과 13일 벌어진 K2-리그 챔피언결정전에는 차범근(수원).파리아스(포항).최강희(전북).박항서(경남 FC) 감독 등 프로팀 지도자들이 찾아와 김한원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들은 "스피드와 슈팅력은 수준급이다. 유연성만 보완하면 K-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한국철도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김한원은 1차전 선제골을 넣었고, 2차전에서도 골대를 맞히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김한원이 다음달 20일 프로축구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대졸.실업 선수 5명을 우선 지명할 수 있는 신생팀 경남이 1순위로 뽑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낸 김한원을 일깨운 것은 강인한 해병혼이었다. 전북 무주 출신인 김한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경남 마산으로 전학했고, 축구부에 들어갔다. 남지중-경남정보고를 거치며 평범한 수비수로 뛰었다. 2년제인 영월 세경대를 졸업하자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때마침 해병대에서 선수 공개모집을 했다.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신화 당시 박종환 감독을 도와 코치로 일했던 원흥재씨였다. 김한원은 포항 해병 1사단에서 동료 40명과 함께 새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상륙.유격.공수 등 특수훈련을 소화하면서 오전.오후에 축구 연습을 했다. 가을에는 축구부만의 '지옥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간 포항 시내 하수구 안을 박박 기었고, 구정물도 원없이 들이켰다.

김한원은 공격수로 보직 변경을 했다. 원 감독은 김한원의 킬러 본능을 읽어내 집중 조련했다. 김한원은 2003년 포항에 전지훈련을 온 수원시청 김창겸 감독의 눈에 띄었다. 2004년 여름 전역과 동시에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김한원은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차 목표는 K-리그에서 뛰는 것이고, 다음은 태극 마크를 다는 것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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