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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반도체 현재와 미래'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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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세기 중엽 미국 캘리포니아에 금광을 찾아 오는 '골드 러시'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세계 정보기술(IT)업체들이 플래시 메모리를 사러 한국으로 모여드는 '플래시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황창규(사진)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15일 무역협회 주최의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회에서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황 사장은 이날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강연에서 "한때 수출이 부진했을 때 '나라를 망친다'는 오명을 얻었던 한국 반도체는 앞으로 최소한 10년간은 수출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는 아직 반도체 이외에 다른 기술로는 외국을 압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 사장은 "애플.소니 등이 낸드 플래시를 더 많이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주문의 50% 밖에 못 주고 있다"며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사장은 특히 내로라하는 외국기업들이 삼성 반도체의 기술을 인정하는 세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고집 불통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스티브 잡스가 결국 자사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나노에 삼성 반도체를 채택했고, 노키아 회장은 '노키아 휴대전화에만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과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차세대 게임기용 반도체로 삼성제품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낸드플래시 시장은 일본의 도시바(東芝)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고, 삼성은 25% 정도였지만 현재는 삼성 50%, 도시바 25%로 역전됐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도시바가 공동개발하자고 삼성에 제의했으나 이건희 회장이 이를 거부하고 독자개발에 나선 것이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도시바가 최근 삼성전자의 기술을 받아 퓨전메모리(D램과 S램, 플래시 메모리, 로직 등의 기능을 한 데 모은 제품)를 내년부터 생산키로 결정하고 삼성전자가 다음달 세계 최초로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를 출시하는 것도 플래시메모리 기술의 개가라고 황사장은 말했다. 그는 '성채를 짓고 안주하는 사람은 망할 것이요, 옮겨다니는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돌궐의 비문 구절을 인용하며 "디지털 노마디즘(유목인 정신)이 삼성반도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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