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인생을 왜 태워" 골초 변우민 담배 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시신방부제.살충제.암모니아 등 무려 4000여 종의 화학물질. 그리고 이미 알려진 발암 물질만 해도 43가지. 무엇보다 이것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분인 니코틴은 담배 한 갑에 무려 집채만한 황소 한 마리를 죽일 수 있는 엄청난 독성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담배! 조금이라도 끊고 싶은 필요성을 간절히 느낀다면 변우민처럼 해보자.

"두 달 전이었어요. 결혼도, 일도 되는 것 하나 없이 막막하기만 한 불안한 미래에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우울한 인생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절대로 먼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이 하루 두 갑씩 꼬박 25년을 주구장창 피웠던 담배와의 이별이었다. 서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골초 세 친구는 술김에, 홧김에 하는 약속이 아니기 위해 엄청난 공약을 내걸었다는데.

"유일하게 결혼한 친구는 '만일 지금부터 내가 담배를 끊지 못하면 내 아이가 아플 것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는 혼자되신 어머니의 건강을, 저는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연기와 제 목숨을 걸고 금연을 선언했어요. 그랬더니 술도 번쩍 깨고 정신도 확 들더라고요."

사실, 이 무시무시한 방법은 몇 년 전 탤런트 김세윤 선배가 성공 후 전해준 비법이었다고. 그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문득, 습관처럼 물고 있던 담배가 자신의 인생을 태우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거짓말처럼 그의 오랜 담배 생각을 잠식시켰다. 그러고 보니 담배는 비관의 시작이었던 것. 무언가 상황이 꼬이면 풀려는 노력은 절대 하지 않고 담배 연기 속에 덮었었다.

그런데 금연 뒤, 뿌옇기만 했던 그의 미래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난생 처음 저희 부모님께서 그렇게 원하셨던 아침형 인간이 됐잖아요. 아침에 어찌나 눈이 반짝 떠지는지. 아침 기분은 정말 좋은데, 사실 밤에는 가끔 금단현상에 시달리곤 해요."

그럴 때마다 혈기왕성 사춘기 시절 극복 비법인 팔굽혀펴기를 50회씩 했다. 덕분에 없던 근육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은 조기 축구로 오래 묵은 몸 안의 니코틴을 기분 좋게 땀과 함께 흠뻑 쏟아낸다.

"KBS 새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오랜만에 방송국 오니까 사람들이 얼굴 너무 좋아졌다고. 예전엔 대본 외울 때 담배 없으면 절대로 안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암기력이 훨씬 늘었어요. 아니, 끊은 지 두 달 만에 이렇게 좋을 줄 알았더라면 왜 진작 못 했나 몰라."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이 두 가지만 기억하자. 끊자! 담배를. 깨자! 금연은 1월 1일부터라는 편견을.

방송작가 이현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