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삼국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국내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에 소니.샤프.하이얼 등 수입업체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신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또 디지탈디바이스.이레전자.디보스 등 중견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가격 하락과 월드컵 특수 등으로 내년 국내 디지털TV 시장이 커질 것으로 규모가 보고 벌써 각 업체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디지털TV 시장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90% 정도. 나머지 10%를 중견기업들과 수입업체들이 절반씩 나누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이 판세를 깨뜨리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소니코리아는 16일 소니가 새롭게 내놓은 LCD TV 브랜드 '브라비아'의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한다. 8월 북미시장에 처음 출시된 브라비아는 아날로그 시절 '베가'의 명성을 되찾을 LCD TV 전문 브랜드로 기대 받고 있다. 소니는 브라비아를 통해 풀HD급 영상을 강조하면서 가격인하 추세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샤프전자도 32인치 LCD TV 신제품과 판매되는 제품 중 세계최대 크기인 65인치 LCD TV의 국내 시판을 검토중이다. 중국의 하이얼도 최근 20인치와 32인치 LCD TV를 내놓은 데 이어 연내 47인치 LC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TV를 생산하고 있는 델과 HP 등 해외 컴퓨터 제조회사들도 국내 디지털 TV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회사 규모를 키워 생산원가를 낮추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TV 전문 중소기업인 디지탈디바이스의 최근 월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레전자와 디보스 등은 가전.전자제품 전문점이나 백화점.할인점 등 국내 유통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디지털 TV 시장 진입이 늦은 대우일렉은 이달 말 32인치 슬림브라운관 TV와 내년초 40인치대 LCD TV를 내놓는 등 디지털TV의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다른 생활 가전제품과 달리 TV부문에서는 국내 대기업의 아성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많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일부 수입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맞대응하기 위해 가격인하를 하면, 중견기업들도 이에 뒤따르는 연쇄 가격 하락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