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핵심 재벌개혁 과제로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에 대해 재계가 전면 도입도 무방하다는 의사를 비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사진) 원장은 19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소송제는 정부가 알아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면서 "기업이 로비를 하든 말든 여기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좌원장은 "집단소송제는 정부가 해야 할 기업정책"이라면서 "그러나 도입 이후 부작용이 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경련 등 재계는 집단소송제와 관련, 형사소추가 가능할 때만 집단소송제를 통한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등 소송남발 방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좌원장은 또 기업의 분식회계와 관련, 일괄 사면하거나 집단소송제를 1~2년 유예하자는 재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초법적인 발상"이라면서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어 좌원장은 "현정부도 '평등주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모든 기업을 다 살리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면서 "잘하는 기업을 사랑하고, 잘하는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에 대한 회사법이라고 말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기업을 다 살리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차별화를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카드사 대책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가 좀더 일찍 방향을 잡아 부실카드사 1~2개를 퇴출시켜야 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했던 좌원장은 방미 성과와 관련, 북한 핵과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인의 의구심을 가라앉히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방미가 성공적이라면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정도 추가 성장하고 고용도 6만~7만명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면서 "참여정부와 재계도 정상 관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