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 포럼

정동영 장관 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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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떻게 뺏는 걸까요. 사생결단 싸워 볼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자칫 뼈도 못 추립니다. 권력을 속여볼까요. 그래서 뒤통수를 칠까요. 권력은 바보가 아닙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압니다. 그래서 아무나 넘보지 못하는 게 권력입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주도록 만드는 거지요. 줄 수밖에 없도록 말입니다. 주기 싫어도요. 주되 뺏기는 겁니다. 받되 뺏는 겁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게 권력입니다.

어떡하면 가능할까요. 내가 힘이 있어야지요. 결국 세력입니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됩니다. 의원 몇 명이 세력일 수 없습니다. 대의원 수백은 더더욱 아니고요. 세력은 수가 아닙니다. 결국은 당위성입니다. 그래서 명분이 중요합니다. 그게 세력입니다. 수는 거기에 붙는 장식일 뿐입니다.

어떤 당위성일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권력 내부의 논리입니다. 연속성입니다. 동일 권력의 논리지요. 동질성을 이어가는 겁니다. 그러나 바깥의 논리는 다릅니다. 단절의 논리입니다. 밖은 새 권력을 원합니다. 민심의 속성입니다. 안과 밖의 논리가 상충합니다.

어떡하면 합치시킬 수 있을까요. 굽실거리기도 하고 대들기도 해야지요. 권력을 향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럴 순 없잖습니까. 그래서 명분이 필요합니다. 처신의 잣대로 삼아야지요. 그게 정치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정 장관은 어느 쪽이신가요. 제가 보고 느낀 대로 말씀드리지요. 우선 권력에 대한 인식입니다. 아마도 주는 거라 여기는 듯합니다. 지난 2년6개월을 돌이켜 보지요. 권력에 대든 적이 있습니까. 잘못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까. 제 기억엔 없습니다. 권력의 논리를 대변했습니다. 국민을 향해서요. 잘했기 때문인가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냥 참은 겁니다. 밉보이기 싫어서 말이죠. 적나라하게 지적할까요. 권력을 안 줄까봐서죠. 주기만 기다렸던 겁니다.

그래서 얻은 게 무엇입니까. 권력 내부의 점수를 땄지요. 지금 거의 선두주자입니다. 물론 안에서만요. 그러나 밖은 어떤가요. 그 이상을 잃었습니다. 지지도가 말해줍니다. 계속 그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안에서 후보는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선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후보도 어렵지요. 당선이 어려우니까요.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할 말을 했을 경우 말입니다. 때론 대들었을 경우요. 아마 장관은 못했을지 모릅니다. 했더라도 지금 같진 않을 겁니다. 내부의 평가도 낮았겠지요. 선두주자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밖에선 어떨까요. 그 이상을 얻었을 겁니다. 때문에 후보는 어려울지 모르지요. 밉보였을 테니까요. 그러나 당선은 기대할 수 있겠죠. 그 때문에 후보도 될 수 있는 겁니다.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권력이 요물이란 겁니다. 그렇다고 이중성을 보이란 얘기가 아닙니다. 들통 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명분으로 무장하란 얘기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시시비비만 가리면 됩니다. 잘못도 지적하란 겁니다. 정권을 향해서 말입니다. 나를 비우면 가능합니다. 그래야 권력도 찾아옵니다.

이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