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7)구보전망언 여파-제80화 한일회법(6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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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제는 조선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대일강화조약체결 이전에 한국이 독립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변한 「구보따」 일본측 수석대표의 망언으로 시종한 이날의 회의에 대해 AP통신은 「백열적인 논쟁」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동경발로 『일본측은 2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미군정이 대일강화조약체결에 앞서 재한 일본인재산을 처분한 조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재일 모외교소식통은 「구보따」일본측 수석대표가 「어리석고 불합리하며 비논리적인 발언」을 해서 양국대표단의 진지한 노력에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우리측의 어떤 대표가 앞으로 예상되는 회담결렬에 대비해 AP통신기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미리 흘렸다는 얘기를 나는 후일 들었다.
이 대표는 AP통신기자에게 회담 경과를 설명하면서 일본측이 미군의 한국점령기간에 행했던 △일본인의 강제추방 및 △일본인재산의 몰수조치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생떼를 부린 부분만을 의식적으로 흘림으로써 일본이 미국의 점령정책을 비난했다는 측면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이날의 회담결과를 보도한 아사히(조일)신문은 「구보따」대표의 문제의 망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치않고 「구보따」대표가 회의벽두에서 언급한 재한 일본인 재산청구권의 정당성등만 실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물론 일본측 의사록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이로 미루어보면 양측대표단의 앞으로의 이회담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우리측은 일본측이 사과하지 않는 한 회담을 하지않을 생각인데 비해 일본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던것 같다.
「구보따」망언이후 홍진기대표는 16일에 있을 국적관계위원회를 비롯, 그가 참석해야할 각분과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굳혔다. 그는 한국의 독립이 국제법위반이라고 하는 마당에 회담을 더해봤자 아무런 진전이나 의의를 찾을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측 대표중에는 본국으로부터 회담을 결렬시키라는 훈령이오기 전까지는 결렬까지는 곤란하니 일단 회의에 참석하자는 의견도 없지않았다. 홍대표는「구보따」와 논쟁한장본인으로서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는 홍대표가 몸이 불편해 회의를 중지해야겠다는 연막을 쳤던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우리대표의 회의불참에 대해 일본신문들은 한국측이 회담을 결렬시키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민감하게 보도할 만큼 홍대표의 「정치적 와병」은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9일 한국측이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않고 16일의 국적분과위원회의의 중지를 일본측에 통고했는데 일본정부는 20일에 있을 본회의에 한국측이 참석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측은 만일 20일 본회의에도 한국측이 참석하지 않으면 회담을 결열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신문에 흘렸다.
일본측은 한국측에 회담에 나오라고 권유할 생각은 있지만 「구보따」대표의 주장과 견해를 양보하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일본정부는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회의참석을 거부해 회담이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은 한국측이 전적으로 져야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잊지않았다.
이에대해 우리대표들도 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가 질수는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일단 20일 본회의에는 출석해서 정식으로 「구보따」대표에게 자신의 망언을 취소하고 사과토록 요구하자는 전략을 수립했다.
왜냐하면 마침 변영태외무장관이 제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귀국중 20일 낮 동경에 기착한다는 연락이 며칠 전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변장관이 동경에 오민 자초지종을 보고하고 그의 지시에 따라 회담을 계속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게 대표단의 중논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이에따라 20일 본회의에 참석했다. 김수석대표가 「구보따」 대표의 망언 5개항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그 취소 및 사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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