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미국의 「이」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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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딸아이 손이 머리에 가기만해도 『아이쿠, 요즘 이가 많다던데 혹시…』하며 뒤적거리고 신경질적으로 자주 머리를 감겨주곤한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본 이후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가 요사이 각 보도매체를 통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골치 썩이고 있는게 아니다. 기술과 문명의 최첨단에 선 미국에서도 「이」는 두통거리다. 깨끗한 것 몹시 찾고 깨끗한척하기 좋아하는 미국에도 「이」검사는 있다.
유치원에서는 2주일에 한번씩 전담 양호교사가 플래시를 켜들고 하나하나 머리를 뒤적이며 조사한다.
미국서 살던 지난여름 어느날, 이웃에 사는 친구는 붉어진 얼굴로 달려와 『글쎄 내 아이 머리에 이가 있대요』라며 다짜고짜 외친다. 그길로 유치원에 달려가 양호교사를 만나고 오더니 더욱 흥분하였다. 건성피부어서 각질이 일어난 것을 서캐로 오인한 것은 접어두고라도 백인교사의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때문이었다. 유색인은 불결하다고 느끼는 그의 태도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면서『그 깨끗한 금발에 박힌 이는 뭐라 설명할거냐』며 따졌단다.
하여튼 더러운 미국아이는 참 많다.
그곳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관리 소홀과 무관심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있다.
어머니이고 아내인 여자들이 투철한 자의식속에서 평생 고집하며 해나갈 자기 일을 찾는것은, 그리고 여가를 선용할 대상을 찾는 것은 무슨 일보다 중요한 인간으로서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책임을 경감시킬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큰잘못일 것이다.
어느때든지 부모가 우선 가져야 하는것은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길러야 한다는 책임감일것이다. <서울종로구숭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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