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교류 4년 만에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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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과 중국 간 군사교류가 4년 만에 정상화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19~21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전면적인 군사 교류 재개 합의서에 서명한다고 보도했다.

양국 간 군사 교류는 2001년 4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EP-3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해 중국군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전면 중단됐다. 당시 중국은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비상 착륙한 미 승무원들을 11일 동안 억류했고, 중국에선 격렬한 반미 시위가 잇따랐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쌍방 군 관계자들이 상대국 군사훈련에 참관인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양국 국방장관이나 군 지휘부에 핫라인 설치 방안도 긍정적으로 논의키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양국은 합동 해양구조 훈련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2월 양국 국방장관 간 핫라인 개설을 처음 제의했다. 또 지난 여름 중국을 방문한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양국 군사령부 간 핫라인 개설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중국의 군 체계가 복잡해 핫라인을 설치해야 할 곳이 불분명하고▶미국 정보당국이 핫라인을 통해 중국의 군 의사결정 과정을 탐지할 가능성이 있으며▶미국이 유럽의 대중국 무기수출을 막는 등 적대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현재 양국 정상과 외무장관 간 핫라인은 가동되고 있다.

군사 교류 방안에는 양국의 고위.중진급 군 인사의 정기적 교류, 양국 군 기관에서 상대국 장교들의 연수와 훈련, 사관학교 생도들의 교환 방문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방중 때 핵 미사일을 관장하는 인민해방군 제2 포병사령부를 시찰한 것과 관련, 중국군 고위 간부가 미군 사령부를 시찰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후 주석은 특히 하와이에서 열리는 연례 아시아안보회의에 중국이 참석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와 관련, 부시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두 정상은 이 밖에 전략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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