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3골을 못지키다니|화랑, 후반에 와해…중공과 3-3무숭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어처구니없는 게임이었다. 축구에서 3-0으로 앞서있다가 3-3으로 비기고마는 예가 그리 혼한 일인가.
중공이란 대어를 다 낚아놓았다가 허무하게 놓쳐버린 화랑은 첫경기에서 태국에 역전패당한 쓰라림보다 더 아픈 치명상을 입었다.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본선을 향한 한국축구의 열망은 더욱 암울에 빠졌다.
앞으로 남은 1차리그의 마지막경기인 홍콩과의 대전을 비롯. 2차리그의 3게임을 화랑은 전승으로 이끌어야하는 부담을 지게됐다.
화랑은 만약 1패라도 더당하게되면 절망. 또 중공·태국·홍콩의 3개국간에 뜻밖의 물고물리는 혼전이 기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한 무승부를 추가할 경우에도위험해진다.
전승이 아닐 경우 한번의 무승부는 반드시 중공이나 태국과의 경기에서 나와야된다.
또 화랑이 만약 중공과 무승부를 재연하게 되면 중공이 태국을 연파해줘야하며 중공과 태국간의 2게임이 사이좋게 무승부를 되풀이, 승점2점씩을 나눠가지게되면 역시 화랑이 불리해진다.
이제까지 통산34승10무7패의 전적 (국가대표및 단일팀경기포함)을 기록했던 태국에 굴욕적인 일격을받았던 화랑의 박종환감독은 부인할수없는 약점을 보완하기위해 필승의집념을 담은 전략을 수립한 고뇌가 역력했다.
공격적 링커로서 예기가뛰어난 김종건을 기용하는 동시에 또하나의링커 김삼수를 상대적으로 약한 왼쪽윙 이승희에 집중적으로 가담토록했다. 이로써 화랑의 공격력은 크게 강화되었다.
전반 약25분동안 화랑은 중공의 일방적인 공세를허용, 중공의 우세확신과 자만을 불러일으킨셈이었다. 중공의 수비는 느슨해졌고 이틈을 포착한 화랑의 예공은 불을 당겼다.
전반34분과 후반7분 김종건의 단독돌파에의한 득점이 중공수비의 허를 찌른 재치였다. 전반35분 김삼수의 센터링을 받은 김종부의 약14m거리의 통렬한 헤딩슛은 그림같은 걸작품.
그러나 화랑은 후반중반이후 이해하기 어려운 수비난조에 빠져 대세를 그르쳤다. GK 이문영 ,경기시작부터 전에없었던 불안을 보이더니 후반8분 기어코 중공코너킥의 펀칭실수가 화근, 첫골을 내주었고 이후 중공의총공세에 허덕이기만 하다후반35분 또 FB 전종선이 어물거리다 볼을 뺏김으로써 두 번째골을 헌상했다. 세번째의 동점골은 세차게 역류하는 대세에 따른 역부족의 결과.
화랑은 대량득점의 유리한 고지에서 불과20∼30분을 버티기위한 효과적인 방어벽을쌓는데 실패했고 전반종반이후의 사력을 다한 공세로 급격히 체력이 소진, 후반종반이후 「최선의방어」 인 공격의 힘이 사라짐으로써 골문을 열어놓은셈이었다.
종반에 공격진마저 모두후퇴, 페널티 에어리어앞에 2중3중의 방어벽을 쌓지못한것이 아쉬웠다.
태국과의 경기 후 중공「젠」코치가 『한국은 너무순진한 플레이를 한다』고촌평했던것이 새삼스레 되살아난다.·
한국이 국가대표팀간의경기에서 중공에 승리를놓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 (쿠웨이트) 때한국이 각각1-0으로 연승했으며 이번이 5년만의 3차대결이었다. 단일팀간의경기를 포함한 역대통산전적은 7숭3무3패로 역시 한국이 우세.
한편 이날 태국은 예상대로 약체 홍콩을 3-0으로 제압, 유일하게 2연승을거두고 단독선두에 나섰다.
화랑은 5일하오 홍콩과대결하며 8일부터 2차리그에 들어간다.

<남은 경기서 최선다하겠다>
▲박종환 감독의 말=다 이긴 경기를 수비의 방심으로 비겼다.우리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상태이나 점차 좋아지고있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