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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금리 주택대출 … 전세난 겪느니 차라리 집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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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설 이후 주택시장이 대목을 맞는다. 연초 되살아난 불씨가 규제 완화 본격 시행과 봄 성수기를 맞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우려와 달리 올해 주택시장의 시동이 힘차게 걸렸다. 1월 주택매매 거래량(7만9320가구)이 정부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월 기준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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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이 설 이후에도 1월 거래 급증을 낳은 변수들이 계속 유효해 부동산 시장 회복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셋값 급등이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지는 집값 상승세보다 전셋값이 더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이 1.6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전셋값은 두 배가 넘는 3.66% 상승했다. 이 기간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더욱 좁혀져 매매가격에서 차지하는 전셋값 비율이 66.6%에서 67.9%로 높아졌다. 전셋값에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구입할 수 있어 전셋집을 찾던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섰다.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재건축 공사를 위한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어 철거되는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민들이 대거 전세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반면 올해 새로 들어서는 주택은 예년보다 적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1만2000가구가량 멸실되는 데 비해 입주 물량은 이보다 1000가구 적은 1만1000가구로 분석했다. 여기다 임대시장에서 전셋집이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전·월세 계약 가운데 월세가 28.4%로 2013년 20.5%보다 8%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전셋집 10가구 중 한 가구가 월세로 바뀐 셈이다.

 3월부터 주택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좋아진다. 정부가 초저금리의 정책 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를 대폭 확대한다. 기존 연 7000만원 이하의 소득 제한을 없애고 대상 주택도 전용 85㎡ 이하에서 102㎡ 이하로 넓힌다. 금리는 시중은행의 담보대출의 절반 수준인 연 1%대다. 부동산114는 서울·수도권에서 대상 주택이 33만 가구가량 늘어날 것으로 집계했다.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연 2%대 고정금리의 담보대출 전환상품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자금 금리가 바닥 수준이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 연 2%에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은행들의 담보대출 금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 교수는 “대출 부담이 가볍기 때문에 전셋값 급등 등으로 불안한 전셋집보다 차라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분양시장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올 1~2월 예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분양돼 1순위 평균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달 말 서울·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분양시장에 1순위자 80여만 명이 더 늘어나게 된다. 4월 택지지구 같은 공공택지 이외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가 오르기 전에 분양받기 위해 주택 수요자들이 적극 청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봄 분양시장에 물량이 넘치고 인기 지역 물량이 많은 것도 매력적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5월 전국적으로 9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6만7000가구보다 30% 넘게 많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등 뉴타운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를 비롯한 인기 지역의 분양 물량이 대기 중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당장 내 집이 필요하지 않은 주택 수요자는 주변 시세와 큰 차이 없고 품질은 한층 나은 새 아파트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지역에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1억원이 넘게 붙어 있는 분양권 웃돈(프리미엄)도 분양시장을 달아오르게 한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대폭 완화돼 현재 지방에선 대부분 없어졌고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까지 단축됐다. 지난해 말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개발된 공공택지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단축됐다. 지난해 전국 분양권 거래 건수가 35만7533건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재건축 시장이 주택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 사업기간 동안 오른 집값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국가에 내야 하는 재건축 부담금제가 2017년까지 유예돼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아직 분양계획을 세우지 못한 조합설립 이후의 아파트는 4만여 가구다. 재건축 이 활발해지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변 아파트 값을 자극하게 된다.

 다만 주택시장을 낙관만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경기가 가장 큰 변수다. 올해 국내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주택자금 대출 부담을 확 늘리는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눈앞의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불확실성이 짙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내 집 마련의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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