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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만 가구의 가스관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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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로판가스나 도시 가스가 우리 나라에서도 대중연료로 일반화 된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서울시내에서 만도 작년 말 현재 42만가구가 가스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전 국민적으로는 1백만 가구에 이른다.
사용이 편리하고 값이 싸기 때문에 연로의 대종이 가스화 하는 추세에 맞추어 사용상의 위험성과 주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사고는 우리주변에서 끊일 사이가 없다. 31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고는 다시 한번 가스연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지난 71년 2백3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연각호텔 화재사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가스폭발 사고는 한결같이 가스에 대한 부주의나 방심, 또는 취급자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이러 났다. 파열된 용기를 그대로 사용했거나 연결부분의 접합불량 등이 사고의 원인인 데는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한남동 가스폭발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판가스통을 바꾸는 작업도 중 밸브부분에서 새어나온 가스가 주방 안에 있던 연탄불에 인화되는 바람에 폭발한 것이다. 이 주방에는 가스취급 장소에는 필수로 돼 있는 환풍기도 없었다. 가스통 개체작업을 하던 사람은 고압가스 취급면허가 없는 무자격자로 밝혀졌다.
가스연료의 대중화가 이루어진지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가스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취급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78년 서울 신반포 아파트 가스폭발사고 이후 당국은 가스공급 시설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가스공급자가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토록 하는 등 안전대책을 강화해 왔다. 또 가스시설은 자격을 갖춘 면허취득자 만이 취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안전수칙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가스취급 업소나 가정에서 『설마 우리야…』하는 방심과 부주의가 끝내는 엄청난 사고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주변의 모든 위험시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사용자들의 경각심을 배가해야겠다. 가스는 곧 폭발물이다. 가스의 밸브는 물론 파이프, 통, 압력조정계기등을 항시 살피는 것을 습관화해야한다. 가스사용 장소나 그 부근에는 기타의 화기를 일체 두지 못하도록 안전수칙도 보완해야 하겠다.
가스취급 업소가 무자격자를 고용했을 경우 사고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엄중히 문책하고 처벌하도록 벌칙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시내 음식점마다 설치된 프로판가스의 거미줄 같은 연결파이프를 보면 전율스러운 위협 감을 느끼게 된다. 주유소의 기름탱크에 차있는 유황가스, 거리를 활보하는 산소 통의 산소가스, 하수도에 가득 차 있는 메탄 가스, 영업용택시의 LPG가스통들이 언제나 위험성을 가진 폭발물들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가능성을 항상 갖고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민감하게 인식하고 대처 해야할 것이다.
사고의 책임은 사용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검과 단속의 책임을 진 당국의 철저한 업무 수행 자세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도시 가스가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단지나 주택밀집 지역에 대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챙겨보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1년 3백65일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편리하고 값싼 연료인 가스의 사용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추세이다. 더군다나 연료사용이 증가할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재앙의 소지를 철저히 제거하도록 당국이나 국민이 부단히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 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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