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 기준 미달 새 출발 자세 가져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공·일본이 판을 치는 체조에서 한국이 또 한번 참패를 당했다. 명년 LA 올림픽 출전자격을 잃었다는 것보다 세계 수준에 올라서 보려는 한 가닥 꿈이 무참히 깨어졌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과연 한국 체조는 전혀 희망이 없는가. 북한 남녀팀이 모두 LA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는데 우리는 그동안 무얼하고 있었는가. 당장 LA 올림픽은 포기한다 하더라도 5년 후 서울 올림픽에서 어떤 망신을 당할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체조는 탁구와 마찬가지로 체력·체격의 핸디캡을 배제할 수 있어 우리에게 유리한 경기. 그래서 당국도 체조의 정책적인 육성을 꾀하고 있고 금년 처음 소련 태생의 외국인 코치 2명을 초청, 대표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남자단체 18위, 여자 단체 19위로 올림픽 출전 기준서 탈락했고 개인 종합서 36위 이내에 1명도 들지 못해 종목별 경기에는 출전하지도 못했다.
반면 중공은 남자 단체 우승 등 금메달 3개를 획득, 일본과 함께 세계 정상 소련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국체조는 가능성만 갖고 있을 뿐 기술의 낙후, 경험 부족으로 국제 무대 도전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연기력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국내 훈련, 선수들의 적응력 부족이 첫째 이유로 지적된다. 그러나 선수들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국내 체조인들의 안일한 자세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 노력의 결여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표 선수의 모든 기초까지 외국인 코치에 의존하려는 것은 무리다.
특히 연구 노력의 결여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표 선수의 모든 기초까지 외국인 코치에 의존하려는 것은 무리다.
특히 체조 선수의 유연성 등 기초 체력은 어려서부터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크게 뒤진 부분은 역시 기술의 조화와 연결. 또 정신력에서도 많은 헛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세계 도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의 교훈을 살려 새 출발하는 용기와 투지가 필요하다. 【부다페스트=김인곤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