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이해 엇갈린 레바논 평화군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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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군과 프랑스군 약3백 명의 희생을 부른 베이루트폭파참사를 계기로 27일 파리근교 라셀 생 클루 성에서 열린 레바논평화유지군파견 4개국 (미·불·영·이탈리아) 외상회의는 미군의 그레나다 상륙 작전과 익일 제네바에서 개최될 레바논국민 화해 회의 등을 의식한 「조심스런」 모임이었다.
「슐츠」·「셰송」·「하우」·「안드레옷티」 등 외상들은 3시간의 회동에서 평화유지군의 베이루트계속주둔에 합의, 어떤 종류의 테러위협에도 결코 레바논 평화유지임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종래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당초 예상됐던 평화유지군의 역할과 이들의 안전문제 재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문제는 평화유지군파견국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대목이다.
「셰송」불 외상이 지난23일 하원외무위에서 밝힌 프랑스의·입장은 평화유지군임무의 「지리적」 확대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평화군이 외부의 직접공격을 받을 때에 한해 보복 또는 대응조치를 취한다는 게 프랑스의 생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직접 공격을 받기 전 이라도 현저한 위험상태라고 판단되면 「응사 또는 발포」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미국 측의 입장은 그레나다에 대한 「예방침공」 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프랑스가 중동평화해결에 팔레스타인이 반드시 참여해야한다고 믿고있는 반면 워싱턴측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일단 이번 4국 외상회담에선 덮어 둔 것 같다.
평화유지군계속주둔에 의견일치를 본 4개국외상들은 이날 회의 뒤 레바논사태의 협상해결을 레바논 각 정치세력에 공동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3l일 제네바회의를 겨냥한 「호소」 였다.
그러나 제네바회의를 바로 앞 둔 지금 레바논의 상황은 밝지 않다. 우선 「아라파트」 를따르는 레바논북부 말레스타인 인들에 대한 시리아 측의 공격과 「줌블라트」 의회의 불참위협등이 제네바회의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제네바회의의 불투명한 전망에도 불구, 4개국 외상들은 레바논의 각 정치세력들이 회의에 참석치 않거나 이러한 협상에 실패할 경우의 대책을 이번 회담에선 논의하지 않을 것 같다.이 회의에 일종의 압력 또는 위협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체의 요소를 배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곳 관측통들은 조만간 이들 4개국 외상들이 다시 회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고있다.
그러나 다시 회동해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으리라는 개 일반적인 생각이다. 우방 4개국이라고 해도 각자의 이해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요즘의 가장 중요한 사태인 그레나다 침공이 조찬석상에서 비공식적으로 의견이 교환됐을 뿐 공식회담에선 논의되지 않은 점도 이런 외상회담에서 국제문제에 대한 실질적 결론은 나오기 힘들다는 「경험적진리」 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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