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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람·기술 다 되네 … 힘 실리는 '애플 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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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애플이 정말 자동차 회사로 변신할까?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외신들은 이미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 기사를 현실감있게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애플이 ‘타이탄’이라는 전기차 계획을 1년째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타이탄 팀이 애플 본사와 별도의 장소에 개발시설을 갖추고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는 미니밴을 설계중이라는 구체적 상황까지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애플이 자동차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밀 연구소를 운영중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엔 애플의 자동차 진출이 과장된 해석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스의 팀 바자라니 사장은 “자동차는 애플의 전문분야가 아니다”며 “자동차메이커에 제공하기 위한 첨단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일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문이 무성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무인 전기차는 실리콘 밸리가 눈독을 들이는 차세대 상품이다. 구글은 이미 수년째 무인차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애플이 더할 나위 없이 잘 나가고 있긴 하지만, 다음 세대를 겨냥한 신 상품이 필요하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로서도 무인차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애플 내부의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언제든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는 다섯가지 강점을 소개했다.

 ◆풍부한 자금력=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다. 13일(현지시간) 현재 시총은 7402억달러(약817조원). 특히 현금보유액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따져도 1780억달러로 200조원에 육박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통상 신차 개발에 약 10억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애플은 자동차 제조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과감한 투자비로 보충할 수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애플은 이미 자동차용 지도 소프트웨어와 음성인식장치를 보급하고 있다. 애플의 최대 강점인 스마트폰 생태계를 자동차와 연결시키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인력=애플엔 자동차업계의 생리를 아는 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카 마에스트리는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에서 20년을 근무했다. 에디 쿠에 수석부사장은 명품 스포츠카인 페라리 이사 출신. 아이폰 디자인을 주도한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은 포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개발(R&D)책임자인 요한 융비르트도 지난해 애플로 옮겨왔다.

 ◆판매망=세계 각국에서 딜러샵 구축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애플에겐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애플스토어가 세계 주요 도시에 깔려있다.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도 가능하다.

 ◆글로벌화=애플은 현재 세계적인 공급망을 가동중이다. 제품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지지만 부품 생산과 조립은 대부분 아시아에서 한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부품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견줄만 하다. 세계 각국 부품업체들을 상대하면서 근로 문화의 차이와 환율 변동을 다루는 역량을 축적해온 것도 애플의 자산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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