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UP] 영화 찍듯 … 진짜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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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영화촬영소에서 결혼식이 열린다.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갈 가짜 결혼식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진짜다.

13일 오후 2시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열리는 이주 노동자 네 쌍의 결혼식이 그것. 이곳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출신 부부 한 쌍과 필리핀 출신 부부 세 쌍. 한국에 와서 변변한 결혼식도 못 올리고 어렵게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종합촬영소 김도선 팀장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인근에 이주 노동자가 많이 산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영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우선 식장 주변에는 23일 개봉 예정인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감독 황병국, 주연 정재영.수애.유준상)를 패러디한 포스터(사진)를 붙일 예정이다. 배우들의 얼굴을 신랑.신부의 얼굴로 바꾸고, 제목은 '우리들의 결혼원정기'로 바꿨다. 농촌총각의 국제 결혼을 다룬 영화의 포스터를 이용해 영화 홍보를 하듯 결혼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결혼식이 끝나면 피로연장인 춘사관 아리랑실에서 결혼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하고 DVD로도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다. 이만하면 진짜 영화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김팀장은 "하객뿐 아니라 촬영소를 찾는 일반 관람객들도 함께 어울리며 축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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