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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지지부진’주식시장, 언제까지 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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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18면

주식시장 여건만 보면 지금은 괜찮은 상태다. 우선 선진국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유럽 주요국 증시도 최고치를 넘었다. 중국은 단기에 60% 가까이 올라 2011년 이후 하락 추세에서 벗어났다.

유동성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럽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미국·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돈 풀기에 동참한 셈인데 유동성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경험에서 보면 양적완화는 실물보다 자산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도 종합주가지수가 195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점이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8월 2080이었던 게 연말에는 1980으로, 지금은 1950으로 내려왔다.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
주식시장 부진은 실적의 영향이 크다. 지난주까지 250개 가까운 거래소 기업이 4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60조9000억원과 2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43조2000억원과 23조1000억원이었으니까 매출액은 5.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9.4% 줄어든 셈이 된다. 약간의 특별손익을 제외할 경우 두 분기 사이에 크게 차이가 없다. 연간 100조원의 영업이익에는 종합주가지수 2000이 적당하다는 건 지난 4년간 주가 흐름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2004년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던 원동력은 기업 실적이다. 분기당 12조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04년에 25조원으로 뛴 덕분이었다. 기업 실적이 당분간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건 주식시장 역시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일러스트 강일구

경기 부진이 저조한 기업 실적의 원인이다. 2013년 3월에 국내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경기가 저점을 치고 2년이 지난 지금이 회복의 정점을 향해 가는 시기일 텐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교를 위해 순환적인 회복기였던 2001년과 2007년의 경우를 보면, 경기가 바닥을 찍고 2년 사이에 산업생산이 15% 늘었다. 지금은 2년 전 바닥 수준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소비, 투자, 수출 같은 변수들도 과거 회복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책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은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는 속성이 있다. 정책이 불쏘시개 정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제에 불이 붙을 때까지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정책의 지속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부진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건지, 국제 환율 전쟁에 어떤 형태로 참가할 건지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정책의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곳 모두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런 기조는 2012년부터 달라졌는데, 미국은 양적완화를 세 번이나 연장했지만, 유럽은 1조 유로 이상의 자금을 회수해 버렸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0%대 성장에서 헤매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긍정적 요인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희석되고 있다. 그 때문에 시장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당장 바뀔 것 같지 않다.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기업 실적 역시 늘어나기 힘들다. 더 이상 특수도, 그렇다고 이익을 크게 까먹는 업종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는 종목 선택 폭을 줄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 금리가 지금같이 낮은 상태에서는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게 경기 부양에 효과적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 상황이 낫지만 적자 재정을 운용했던 경험이 많지 않아 자신 있게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공급하거나 금리를 내리는 것도 아니다.

중소형주 독주 끝날 듯
그동안 중소형주가 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다수의 중소형주가 두 배 이상 올랐고, 코스닥은 6년 만에 600을 돌파했다. 이제부터는 중소형주의 독주가 끝나고 화학·조선주 같은 소외주와 선두 다툼을 벌일 걸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소형주의 이익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코스닥 기업의 영업이익이 0.7% 줄어 거래소보다 조금 나았지만 감익이란 면에는 차이가 없었다. 2012년 이후 추세를 보더라도 거래소와 코스닥의 이익은 같이 늘고, 같이 줄어드는 형태였다. 중소형주의 이익이 그저 그런 상태에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외주는 오랜 시간 주가가 떨어져 가격 수준이 낮아진 게 강점이다. 제아무리 큰 악재도 낮은 주가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대로 대수롭지 않은 호재도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시장에 대한 판단보다 적절한 종목 배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같은 시장 움직임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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