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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못지않네요” … 석신님이 된 오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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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신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오른쪽). 선동열의 투구폼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포토]

‘돌부처’ 오승환(33·한신 타이거스)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진출 1년 만에 ‘석불(石佛·세키부쓰)’, 극존칭인 ‘석신님(石神樣·이시가미사마)’으로 불린다. 꼭 1년 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일본 야구계는 이제 오승환에게 존경심을 보이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2승4패·39세이브·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했다. 또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는 6경기에 모두 등판해 4세이브를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일본프로야구 구원왕과 포스트시즌 MVP 타이틀은 한국 선수로는 오승환이 처음 세운 기록이다.

 지난해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는다고 했을 때 일본 언론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의 입단식 사진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지만 돌부처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한신 팬들은 오승환에게 2년 총액 9억엔(약 90억원)을 주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한신의 최고 마무리로 군림하다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지카와 규지(35·텍사스 레인저스)의 등번호 22번을 오승환이 이어받는 것도 탐탁치 않게 여겼다.

 더구나 일본 야구계는 지난해 오승환의 투구 동작에도 시비를 걸었다. 그의 투구 자세가 ‘이중 키킹(kicking)’이라며 문제를 삼았다. 오승환은 공을 던질 때 왼발을 내리다가 다시 타자 쪽으로 내딛는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는 그만이다. 오승환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투구 동작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승환의 왼발 착지 동작을 문제삼았다. 일본프로야구 심판진이 모여 심도있게 회의를 하고 한신 수뇌진과도 오승환의 투구 동작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였다. 오승환은 “내 투구 동작이 잘못됐다면 고치면 된다”며 시원하게 받아넘겼다. 오승환이 일본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자 텃세에 가까웠던 투구 동작 시비는 눈 녹듯 사라졌다.

 일본 진출 1년 만에 구원왕에 오르면서 오승환은 이제 숭배의 대상이 됐다. 한신의 동료 투수 가네다 가즈유키(25)와 이와모토 아키라(23)는 지난 1월 자비를 들여 오승환이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괌으로 날아갔다. 오승환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서였다. 둘은 “모든 훈련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며 오승환의 ‘추종자’가 됐다. 이와모토는 특히 오승환의 ‘오른발차기’ 투구폼까지 따라했다. 오승환은 공을 던진 뒤 축이 되는 오른발을 타자쪽으로 최대한 끌고 나오면서 마지막에 힘차게 차 올린다. 이와모토는 오승환의 투구 동작을 따라하면서 “공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오승환에게 배우고 싶어한 건 그의 투구 동작 만이 아니었다. 그의 철저한 생활습관까지 높이 평가했다. 오승환은 괌 훈련부터 ‘금욕 생활’에 돌입했다.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직접 식단을 짠 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염분을 줄이기 위해 소금과 후추 등은 사용하지 않고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해먹었다. 총각인 오승환이 시즌 기간 음식을 직접 해먹기 위해 주방이 있는 호텔에 살고 싶다고 말하자 한신 구단은 오승환이 좋아할 만한 숙소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한신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신 전설의 투수인 에나츠 유타카(67) 투수코치는 “팔 동작과 하체 사용법이 과거 주니치에서 뛰던 선동열과 비슷하다. 훌륭한 피칭이다”라고 칭찬했다. 선동열(52)은 1996년 일본에 진출해 4시즌동안 10승4패·98세이브·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일본 기자들도 오승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오승환은 “일본 기자들은 내가 캐치볼을 하면 공의 개수를 일일이 다 센다. 러닝을 할 때도 쫓아다닌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개막(3월27일)을 앞두고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13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친정팀 삼성과의 연습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불펜 투구를 세 차례 했는데 포수가 공이 괜찮다고 하더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유를 보였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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