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슈없고 「총회군」들빠져 종반까지 순탄한 IPU 서울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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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PU서울종회가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이념과 체체를 초월해 전회원국을 불러 축제의 분위기에서 대회를 치르겠다는 당초의 기대가 소련을 포함한 30여개 공산국및 친공비동맹국의 불참으로 다 충족되진 못했으나 여러모로 의미있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중간평이다. 우리와 직접관련이 있는 KAL기사건이 거의 전참가국에 의해 거론됐고 과할정도의 완벽한 대회준비와 진행으로 한국이미지를 깊이 심어주었다. 앞으로 KAL기사건 결의안과 집행위원선출등 우리와 관련있는 의제의 처리도 낙관적인 분위기다.
○…이번회의에서 가장 큰 이슈는 예상대로 KAL기사건이었다.
본론회의 첫날 이사건에 대한 스위스의 결의안이 추가의제로 만강일치로 채택된후 미국이 훨씬 강경한대안을 내놓았고 호주·한국·캐나다등도 강경한 수정안을 제출.
모든 참가국대표에 의해 KAL사건과 소의 불참이 언급되었으나 규탄의 강도는 나라마다 각양 각색.
미·영·불등 서방국가들은 직접소련을 언급해가며 규탄을한 반면 사회주의국가나 일부 비동맹국가들은 「소련」이라는 직접호칭보다 「강대국」이라는 표현을 썼고 『한국측대표 단과 유족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식의 온건한 문구를 사용했다.
한국대표단은 미국안이 제출되기전까진 독자안을 내기로했다가 미국이 초강경의 규탄안을 내자 주최국인 한국은 빠지자는 온건론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했다. 그러나 결국독자안을 냈는데 우리결의안의 톤은 스위스안보다는 80%쯤 높고 미국안보다는 20%쯤낮다는 설명.
미국은 자국의 초강경결의안통과를 위해 「더윈스키」국무성부차관보를 서울로 급파하는등 회원국들에 지지를 위한 적극적인 설득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총회는 KAL사건외에는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슈가 없었는데다 공산국가마저 참석치 않아 회의진행은 지극히 순탄했던 편.
동서진영이 함께 참석한 과거회의에선 이슈마다 동서진영이 서로 긴급동의를 하는등 의장이 진땀을 빼는게 보통이었다.
이번 경우 전쟁중인 이란과 이라크가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다 의장의 의제외 발언지적을 받았고 태국대표가 베트남, 이스라엘대표가 아랍국,아랍국대표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IPU의 실제 최고위직인 이사회의장과 3명의 집행의원 선출을 둘러싼 선거운동이 볼만했다.
의장에는 당초 현의장대리인, 벨기에의 「쿠불리에」 상원의원과 스웨덴의 「에릭손」 의원간의 싸움인듯 하다가 비동맹국가들이 수단의 「앗사이드」대표를 의장으로 밀기로 하는 바람에 파란이 예상된다.
선거에 대비해 구미26개국으로 구성된 텐플러스그룹은 대회전날인 1일 모임을 갖고 서방측 의장후보의 조정을 시도, 「에릭손」씨 쪽에 유리하게 결론을 냈고 비동맹권 35개국도 5일 모여 의장에「앗사이드」 대표를, 집행위원에 인도의 「자카」 하원의장을 밀기로 결정.
그러나 아프리카권의 「앗사이드」대표가 의장이될 경우 이지역에 배당될집행위원 한자리는 아시아권에서 차지할수 있다는 계산에서 인도와 한국(오세응정무장관이 후보)의 동반당선을 목표로 막후교섭도 한창이다.
이밖에 아랍권·아세안·영연방국가·라틴아메리카국가·아프리카국가등도 모임을 가졌다.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회원 50여명도 따로 모임을 갖고 결속된 행동을 모색. 한국의 고정동신사당총재도 이 그룹의 업저버로 참석해 KAL결의안과 오세응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측은 경쟁상대가 비동맹의장국인 인도이고 손님을 접대해야하는 주최국안 점등을 고려해 득표활동에도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나름대로 총련을 경주하고 있다.
「에릭손」 「쿠늘리에」후보등은 거의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며 미소와 악수공세를 하고있고 인도의「자카」후보는 발언자에게 손을 흔들어 관심을 나타내주고 자신의 인터뷰기사를 복사해 배부.
○…본회의 진행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 국회도 이런회의 진행을 본받아야한다』고 칭찬.
발언자들은 주어진 10분안에 자기의 의견을 조리있게 얘기하고 발언시간이 초과되면 의장의 양해를 얻어 1∼2분정도 더 발언.
이의가 있는 대표는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의장에게 발언권을 신청하고 답변하는 측도 간결하게 요점만을 답변하는등 하루평균 40명이상이 발언하는데도 깔끔한 진행을 하고있다.
의장대리를 줄곧 맡고있는 박정수의원의 원만한 사회에는 각국대표들도 칭찬.
그러나 IPU본회의에서도 속기록 삭제풍경등이 없는것은 아니다.
호주의 「클먼」의원이 『IPU는 아무것도 할수 없으며 오직 야비한 결의안만 양산하고 있다』는 등 IPU무용논을 들고 나와 의장의 직권으로 삭제.
또 IPU대표중에는 소위 「총회꾼」들도 있다는 얘기다.
IPU구성이 블록화하고 실제 민주주의나 의회주의와는 거리가 먼나라들이 오히려 더 판을 치는 경향이 있어 민주주의 국가만 따로모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대두되고 있다.
○…다음 총회개최국인 인도네시아 대표가 『한국이 너무 준비를 잘해 우리는 아무리 잘해도 빛보기가 어렵게 됐다』고 푸념할 정도로 참가대표들은 모두들 한국의 대단한 준비에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
국회에 책정된 IPU예산은 12억5천만원. 그러나 각종 연회·조경공사등은 여기에 포함되어있지않다.
국회주변 조경공사만해도 서울시가 가로등을 새로 고풍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는가 하면 보도블록도 인조대리석으로 다시깔았다. 그래서 국회밖보도는 대리석인데 오히려 국회경내의 보도는 시멘트블록이라 대조적.
우리국회의원 1백60여명이·영접위원이 되어 각국대표단을 보살피기로 되어있는데 임철순 김용수 임덕규의원등은 대표단을 집으로 초청하는가하면 김모임의원등 여성의원들은 별도로 여성대표들만을 초대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접대에 드는 경비는 여야총무들간의 합의로 모두 국회에서 부담키로 결정.
또 각국 대표들에게는 집행의원에 출마한 오세응의원·해당친선협회 회장이 모두 꽃을 보낸데다 진출업체에서도 꽃을 보내 어떤 대표단방은 복도까지 꽃을 늘어놓을 정도.
서울에 공관이 없는 대표들에게는 승용차와 통역안내양까지 배치.
역시 사람이 많다 보니 대표중에는행동이나 소지품으로 물의를 빚은경우도 없지 않았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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