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외교관 접촉 제한허용의 의미|미의 대북한정책변화 조짐 북괴서 응해오면 한반도문제에 전기 양자의 기본입장있는한 당장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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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 미국무성이 밝힌 북한과의 비공식 외교접촉 의사는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할때 한반도문제에 대단한 전기를 가져올만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주한 미군철수와 미국과의 단독접촉을 고집해온 북한측의 입장과 한국정부의 참여없는 대북 공식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미국측 기본입장이 살아있기 때문에 양자간의 접촉이 당장 극적으로 이루어질 여건은 아니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평가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대구미국문화원 방화사건에 대해 북한이 『미국에 대한 징벌이었다』고 선전하고 앞으로도 『미국시설들에 방화하라』는 구호를 대남방송을 통해선전하고 있는것으로 보아 북한이 선뜻 미국측접촉의사에 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 미국측의 정책 변화가 북한을 대화의 광장으로 끌어낼 유인으로 작용할 소지는 있다. 북한은 이미 여러차례 한국이나 미국이 수락할수없는 불가능한 조건이 붙긴해도 대미 대화 희망을 밝혀왔다. 소련과 마찬가지로 과중한 군비로 허덕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국내 경제를 실용주의의 방향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중공의 예가 하나의 인력으로 작용할 법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 최근「와인버거」미국방장관의 북경방문으로 미-중공관계가 2년여만에 호전되고 있는 시기에 미국이 대북 비공식접촉의사를 밝힌것은 미국측계산이었다고 볼수있을듯 하다.
그러나 이와같은 가설은 북한측의 태도로 보아 지나친 기대일것 같으며 미국측 의도도 그만큼 앞선것은 아니라고 한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미국무성은 강간미수협의로 지난달 축출당한 오남철사건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지침이 마련된것이고 이를 다른 어떤 문제와도 연관시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강조했다. 「롬버그」국무성대변인도 이번조치는 적극적으로 북한외교관들에게 접근하라는 것이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마주치면 대화를 나누라는 수준의 지침변화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연초부터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지침을 외교관에 하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때는 오남철사건으로 북한과 다투고 있을때였기 때문에 그런 지침이 정책변화가 아니라고 과소평가했었다. 그리고 이 지침의 실제 적용은 보류했던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카터」행정부가 집권하던 79년3월 처음으로 북한인의 미국방문을 위한 길을 열어 줌으로써 첫 신호를 보냈었다.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아니지만 북한에 대해 유인을 던지는 두번째 신호라고 볼수 있다.
그때 미국무성은 주로 학자·예술인등 문화인을 염두에 둔듯한 북한인의 미국방문 비자발급 문제에 언급, 신청이 있으면 이를 케이스바이 케이스로 처리하겠다고말 했었다.
이러한 입장은 「레이건」 행정부아래서도 계속되었다.
국무성은 지난2월28일 북한인에 대한 비자발급 의사를 재확인했다.
국무성 대변인은 미국 국익이나 공공의 이익에 해가되지 않을경우 사전에 여행계획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할 방침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문호개방책에 호응해서 미국을 방문한 북한문화인은 하나도 없었던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인이 미국방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적은 있다. 81년 캐나다의 터론토에서 열린 한반도통일에 관한국제회의에 참석하기위해 5명의 북한학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캐나다 입국비자를 신청했다. 당시 회의에 관련했던 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캐나다에서 회의가 끝나면 미국을 순방하고 돌아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캐나다가 이들에게 비자를 거부했기 때문에 미국방문계획도 취소되었다.[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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