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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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4세로 좀 늦게 문단에 나온 현기영씨는『순이삼촌』『변방에우짖는 새』등 치열한 의식의 작품을 써냄으로써 과작의 작가이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출신인 현씨는 제주도가 겪는 고난에 대해 민감하다.
『수탈의 대상아 되었던 변방으로서의 제주도, 그리고 민족사적 비극을 뼈아프게 겪었던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그것은 그같은 역사적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다시는 그와 같은 오류가 빚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향토적 애정을 가지고 그가 쓴 작품들에 나타나는 제주도의 모습은 처음 읽는 독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는 것들이었다. 수난을 견뎌낸 민중의 모습은 처절하기만 하다.
『앞으로 일제시대 해녀들의 저항사건 등 제주도를 무대로 한 몇편의 작품을 써볼 생각입니다.』 현씨는 몇 안되는 작품이 대부분 제주도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지역작가」라는 이름이 그를 따른다고 말하고 웃었다.
그러나 한 작가가 그의 고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작품들이 지역을 벗어난 보편성을 지녀야할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작품은 무리 없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씨는 초기에는 감각적인 경향을 보였으나 차차 건강한 리얼리즘문학으로 옮겨왔다.
『소설의 큰 주제는 무엇보다도 당대의 보편적 민중의 삶에 근거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소설은 내면소설이란 이름의 환상적 영역으로 도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현씨는 예술성만을 고집하는 작가의 펜은 부지불식간에 독자의 현실감각을 마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있다.
『펜대를 쥐었다는 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펜을 부여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그 무엇을 위한 존재이어야 할겁니다. 공동체의 꿈과 애환을 적실히 그려낼줄 알아야만 진정한 작가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어렵다. 현씨 자신도 역사적 상징·역사적 현실의 작품을 쓰고있다고 말하면서 다시한번 심기일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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