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방력의 질적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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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반도 주변의 긴장의 파고가 높은 가운데 국군의 날을 맞는다. 대한항공여객기 격추사건에서 우리는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의 핑화가 얼마나 불안한 허상 같은 것인가를 실감했다.
영국의 권위있는 전략문제연구소(IISS) 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우리는 북한이 지난 몇년 사이에 잠수함과 미그-21를 포함한 전투기를 대폭 늘려 북한군사력의 우위가 더욱 높아진것을 확인했다.
마침 금년 국군의 날은 한미방위조약체결 3O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여 미국의 안보지수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한국방위의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도 된다.
남북한 사이에는 휴전선이라는 것이 있고, 비무장지대라는 완충지대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간접침투와 한국사회교란의 기도가 꼬리를 잇는 상황에서는 전선이 따로 있을 수 없고 60만 국군장병들의 노고가 밤낮을 가릴 수가 없다.
북한의 호전성과 적화통일의 음흉 계획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땅굴과 남북대화 거부와 귀순하는 북한사람들의 증언이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쪽에 한치의 틈만 엿보여도 분쟁의 불을 붙이려는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이만큼 평화와 사회의 안정을 지키면서 올림픽까지 주최할 만큼 나라의 힘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오늘 그 생일을 맞는 국군에 힘입은바 크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아직은 한국의 안전은 한미방위체제에 의해서 보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6·26가 일어난 경위,「닉슨」시대의 주한미군 7사단의 철수, 「카터」의 철군계획 같은 일련의 사태에서 우리는 자주국방태세를 갖추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의 대한 군사전략이나 이해관계가 언제까지나 지금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미소, 미중공 관계의 발전여하에 따라서는 철군론이 다시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자주국방 태세는 전반적인 국력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경제력이 있어야하고 바탕이 튼튼하고 진전한 문화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단합된 국민들의 의지가 있어야한다.
북한이 군사력에서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는것은 통계상으로 확실하다. 그러나 북한에는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경제력과 문화와 자유인들의 의지가 없다.
이것은 북한군사력의 한계요, 치명적인 약점이다. 국력의 한계를 넘어선 군사력을 오래 유지하다보면 내부적으로 모순이 쌓이고 민생이 핍박하여 그 군사력은 훌륭한 자살무기로 돌변하고 말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군사력이 양적으로 우세한데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않는다. 군사력은 총체적으로 평가해야한다. 가동율에서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없는 것이다.
우리는 동원이 가능한 우리의 자원과 기술, 그리고 미국·일본같은 우방들의 협조를 받아 총체적인 국력과 균형이 잡힌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질의 향상에 힘을 써야 할것이다.
한가지 예를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가진 레이다의 감청능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은 현대과학기술의 첨단을 걷는 것이었다.
중공 민항기가 넘어 올때 우리가 민첩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아 우리의 레이다 체제도 상당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공군의 주력기인 미그-21을 포함한 전투기를 대폭 강화하고 있고, 북한의 공군기지에서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까지의 거리가 분단위의 가까운 거리인것을 고려하면 우리도 미일수준의 감청능력을 갖추는것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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