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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뉴욕 핼러윈 퍼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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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핼러윈 데이 기념 퍼레이드에서 무시무시한 얼굴의 신부로 분장한 사람이 춤을 추고 있다.'다시 일어서는 불사조'라는 주제의 이번 퍼레이드는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의 재기를 격려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젊은이들의 거리로 통하는 미국 뉴욕시 그리니치 빌리지는 이미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32년간 이날에 어김없이 열려 온 '뉴욕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의 막이 오른 것이다. 마녀.해골.수퍼맨.인디언 등 괴상한 차림을 한 5만여 명의 퍼레이드 참가자들과 수십만 명의 구경꾼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라틴풍의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지자 흥에 겨운 참가자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고릴라 차림의 한 남자는 아무나 붙잡고 "해피 핼러윈"을 연발했다. 올해 행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무참하게 망가진 '재즈의 고향'뉴올리언스의 부활에 초점을 맞춰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뉴올리언스와 뉴욕은 우정이 각별한 자매 도시다.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가 터졌을 때도 제일 먼저 소방차 등 구호물자를 보내온 곳도 뉴올리언스였다.

그래서 올해 행사 주최 측은 뉴올리언스 이재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썼다. 우선 퍼레이드의 선두 핵심 자리에 10살짜리 뉴올리언스 소년을 앉혔다. 글렌 홀이란 이 소년은 카트리나로 부모를 빼곤 사실상 모든 걸 잃었다. 즐겨 불던 트럼펫도 사라졌다. 그래서 주최 측은 그에게 새 트럼펫을 사주고 퍼레이드 차량 위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뉴올리언스 재즈는 영원하다는 뜻을 담은 이벤트였다. 불사조 '피닉스' 모양의 거대한 등(燈)을 만들어 뉴욕으로 피신해 온 뉴올리언스 시민들이 끌도록 했다.

'핫 8 밴드''리버스 브라스 밴드' 등 뉴올리언스 출신 재즈 팀도 퍼레이드에 참가토록 했다. 한 뉴욕 시민은 "불행을 당한 이웃에 힘과 희망을 주는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대 켈트족의 죽음의 신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된 핼러윈 데이는 본래 죽은 이들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그래서 유령.마녀.요정 인형이나 가면이 등장한다. 그러던 것이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의미가 달라졌다. 다음 날인 11월 1일이 '모든 성인(聖人) 대축일'이어서 핼러윈 데이가 성인들을 기리는 날로 바뀐 것이다. 과거엔 경건한 날로 통했으나 요즘은 가장(假裝)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 변했다. 학교에선 가장 무도회가 열리고 어린이들은 집집마다 돌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Treat or Trick)"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어간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핼러윈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은 1973년.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 지역에 몰려 살던 가면 제작자와 인형극 연출가들이 동네 아이들을 위해 퍼레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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