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APEC 반대시위 충동하는 전교조 수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교조 부산지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중.고 계기수업을 위해 제작한 수업안과 동영상은 너무나 비교육적이다. 동영상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비속어를 남발하며 천박한 언행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35쪽의 수업안도 1쪽만 APEC의 긍정적인 측면을 서술하고 나머지는 APEC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정상회의가 열리는 18일 반대 시위에 함께하자고 촉구하고 있을 정도다.

APEC은 한국 교역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부산 회의는 4000억원대의 경제적 이득과 6000여 명의 고용 효과를 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교조는 APEC이 강대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해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이라크전을 승인하고 옹호하는 기구라고 규정한다. 외국 반세계화 단체들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는 것이다.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전교조는 APEC 반대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교과과정에 없는 사회 현안에 대해 가르치는 계기수업은 필요하다. 이때 교사는 쟁점의 긍정.부정적인 측면을 객관적으로 고르게 지도해야 한다. 그래야 지적 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이 균형 잡힌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그동안 계기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이념교육을 해왔다. 학생들을 자신들 이념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게 교육인가. 지금 이 나라 젊은 세대가 이념적으로 편도된 것도 바로 이 같은 일방적 교육 때문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계기수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 문제가 되면 고작 각 시.도 교육청에 교사에 대한 지도 강화를 지시하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자세로는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막을 수 없다.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해 봤자 정치이익단체화한 그들이 들을 리 없다. 계기수업을 교사 재량에 맡기지 말고 교육청.학생.학부모.교사의 합의 아래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