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에 까다로운 쟁점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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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돌출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대체로순항이 점쳐지던 정기국회가 민한당 의원총회에서 제기된 대통령 직선제개헌문제로 여야가 강도높은 성명전을 전개함으로써 벽두부터 심상찮은조짐을 보이고있다.
지난26일 열린 민한당의원총회는 고영국 홍은덕 이관형 안건일 한광옥 홍성표 이형배 김병오 민병초 신원식의원등 소장의원들의 조직적인 주도로 4개항의 결의문을 전격채택했다.
4개항의골자는 ▲국회법·지자제등정치의안의 예산심의전 개정 ▲회기중대통령직선제를 포함한 각종 선거제도의 개선책마련 ▲전면해금과 복권의즉각실시 촉구및 언론·학원·종교계등에 대한 각종통제의 즉각중지 ▲대형금융부조리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권발동및 관계자 문책등이다.
이중 민정당의 강경한 대응성명을야기하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된것은 대통령직선제추진이라는 이른바 개헌논의.
민한당이 소장의원들의 주도에 끌려간것은 개헌논의에 특별히 제동을 걸 명분올 찾기 어려웠을뿐아니라 이 문제가 언젠가 이슈가 되리란인식이 깔려있었기 때문인듯하다.
민한당은 개헌문제의 제기를 일종의 야당성 자주선언으로 보고 있다. 민한당은 지금까지 재야등으로부터 지나지게 체재에 안주하려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내부적으로는 일종의피조컴플렉스에서 오는 갈등을 겪어야했다.
차기선거가 가까와올수록 민한당의원들의 초조감이 커질수밖에 없었고이것이 결국 의원총회결의로 표출됐다고 봐야한다.
민한당은 기본적으로 현행 대통렴령거법아래서는 그들이 표방하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며 제1야당으로서 이 문제를 도외시한채 국회법개정등을 관철해봐야 국민들로부터 그리 박수를 받을수 없을것이라는 계산을 하고있는듯하다.
또 민한당의 이같은 「선언」의 배경에는 해금후 부닥쳐야할 재야와의경쟁심리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민정당은 민한당의 이런 움직임이 제5공화국체제에 대한 일종의 도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 이례적으로 중시하는 입장이다. 27일의 민정당중앙집행위가「강경하고분명하게」당의입장을 표명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운것은 민한당의 주장을 방관할때 이것이 재야·학원쪽에 영향을 미쳐궁극적으로 정국불안과 정치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우기 간선·단임제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존립기반으로 내세워온 민정당으로서는 이런 문제가 현싯점에서 정치이슈로 제기돼 자기들의 근본기반이 정치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을수없다는 입장인것 같다.
이런 도전이 제도정치권 밖의 재야세력에서 간헐적으로 재기되고 있는데 대해 민정당은 평소 제도정치권내의 여·야당이 힘을합쳐 이를 수렴·소화함으로써 제5공화국체체를 지켜나가는데 힘을 합쳐 나가자고 주장해 왔다.
가급적 민한당의 체면을 살려주고 국회법과 해금등 일부요구사항을 들어준다는 방침도 이런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 었다.
그런 야당이 이싯점에서 일부 재야와 맥락을 같이 하는듯이 「근본문제」를 촉발하고 나선데 민정당의 「강경」과「분노」이유가 있는것 같다.
또 민정당은 야당이 이런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너무 빨리 내놓아 정국운영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민정당은 내부적으로 직선제개헌문제가 차기선거때쯤 이슈가 될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이문제가 날로 일반화해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을때 어떻게 대응한다는 복안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같다.
민정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국회법개정선에서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았었다. 민정당간부들은 민한딩이이 런 전략을 알고 「국회법을 줄것같으니까 이제 다른것을 내놓으라」고 나오는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민한당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소장의원들의주장에 편승한데대해 적지아니 불만이다. 그래서 민한당지도부를 상대로조정을 해보자는 의견이 『그래봐야 효과를 기대할수 없다』는 쪽으로 밀리고 일방적인 대변인 성명으로 의사표시를 하게됐는데 주로 핵심당직자의 판단이 그런쪽이었다고 한다.
민정당은 27일자 대변인 성명에대한 민한당의 재차 반박성명에도 불구, 더이상 성명전은 하지않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민한당이 의총결의를 발전시켜 다음 단계로 갈는지의 여부와 재야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보겠다는것이다.
따라서 이문제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지속하면서 내연하게 필 공산이크다.
그러나 쟁안이 사안인만큼 이번 한번의 문제제기로 끝나버릴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재야측의 목소리가 지속될 것으로 봐야하고, ▼지도부의 의사와는 별도로 소장의원둘의 주도로이뤄진 민한당 내의 문제제기과정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일로 볼때 민한당의 당론결정이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지만 대여온건성향인 지도부의 의사보다는 평의원, 특히 문제의식이 강한 소장그룹의 의사가 분론화했다는 선례가 남겨긴것도 음미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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