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경제정책 비상 … "병목 현상 가능성 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비상이다. 올 한해 경제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디플레이션(꾸준한 물가하락) 조짐이 화근이다.

국가통계국은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0.8%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인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12월 물가 상승률은 1.5%였다. 한달 새 상승률이 0.7%포인트 낮아졌다. 한달 새 물가 상승률이 이처럼 떨어지기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통계국은 “원유와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현재 물가는 전형적인 ‘로플레이션(Lowflation)’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가 안정목표(인플레 타깃)보다 눈에 띄게 낮은 게 로플레이션"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몇몇 경제권 물가가 로플레이션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최근 소비자물가 안정목표는 연 3~3.5% 정도였다. 올 1월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값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1.2%)보다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의 공장 출고가 흐름을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올 1월에 전년 동월에 비해 4.3%나 떨어졌다.

생산자 물가는 2012년 2월 이후 35개월 째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공장 출고가가 완연한 디플레이션 모드다.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국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 상태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생산자 물가 하락은 나중에 소비자 물가 상승을 가로막기 일쑤다.

IMF는 “로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만큼은 아니지만 경제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를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실질 금리가 상승해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긴축 효과가 나타난다. 씨티그룹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샹딩은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PBOC가 모니터하는 실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만큼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만큼 빚 부담이 커진다. 중국은 200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1달러를 늘리는 동안 빚 3달러가 늘어났다. 민간과 공공 부채가 GDP의 2.8배 이상이다. 주요 채무자는 일본처럼 정부가 아니다. 민간 기업과 지방정부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만큼 설비와 인프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지급준비율 등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통화 완화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을 움직여 시중은행에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기도 했다. IMF 분석대로라면 시진핑의 돈 풀기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로플레이션의 또 다른 부작용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도 통화 가치가 원하는 만큼 떨어지지 않는 현상(IMF)”이다. 수출 경쟁력 회복이 더뎌진다는 얘기다. 중국처럼 여전히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엔 불길한 얘기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물가 불안 때문에 시진핑의 올해 경제정책이 병목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생산자 물가가 디플레이션 단계에 들어서 있는 바람에 기업의 실적은 시진핑의 정책에도 시원찮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디플레이션·디스인플레이션·로플레이션=디플레이션은 1990년대 일본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로플레이션은 물가가 디스인플레이션 단계를 거쳐 안정목표보다 눈에 띄게 낮게 형성돼 지속하는 걸 말한다. 디플레이션 전단계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