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한국적인 아이디어, 도브 샴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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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15일 LA타임스에 실린 기사다. 미국에선 한낱 통조림 햄일 뿐인데 한국에선 선물용으로 많이 팔린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왜 한국에서 스팸이 인기일까? 한국에서 스팸을 제조.판매하는 CJ 담당자의 말을 인용한 LA타임스의 분석은 이렇다.

미국인은 스팸을 샌드위치의 형태로 즐긴다. 하지만 한국에선 볶음밥이나 찌개에 넣고, 심지어는 김밥에 넣어 먹는다는 것이다. 결국 스팸은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CJ의 마케팅도 여기에 한몫했다고 말하고 싶다. 광고를 보면 배고픈 연예인이 한 명 나온다. 누군가 "배고프죠? 지금 뭐 먹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그는 "따뜻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며 입맛을 다신다. 따뜻한 밥에 짭조름한 젓갈은 입맛 없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유혹. 스팸 광고는 스팸을 젓갈 대신 끼워넣어 성공한 셈이다.

한국 시장에 맞는 마케팅을 내세워 성공한 상품은 또 있다. 유니레버코리아에서 만든 도브 샴푸가 대표적이다. 도브는 1957년에 런칭한 보습 비누 브랜드다. 그러나 유니레버코리아는 2000년 11월 도브 샴푸를 국내 시장에 내놓아 대성공을 거둔다. 국내에서 개발된 도브 샴푸는 2002년 말 전 세계에 출시됐다.

"당시 한국에서 도브 비누가 탈모에 좋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 소문을 듣고 우린 샴푸를 기획했지요. 하지만 본사의 반대가 심했어요. 도브는 헤어 케어 제품이 아니라는 거였죠." 유니레버코리아 관계자는 머리카락 보습에도 신경 쓰는 한국 시장이었기에 도브 샴푸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바이스코리아의 엔지니어드 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99년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이 제품은 그 이듬해인 2000년 한국에 등장한 이후 지금은 한국 내 리바이스 청바지 중 판매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엔지니어드 진은 일본과 유럽에선 2년 전에 이미 판매가 종료됐다.

왜 한국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리바이스코리아의 활발한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월드컵 땐 축구선수 송종국을 모델로 광고했고, 바지만 나온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상의까지 동시에 내놓았다. 지난봄 초록색이 나는 데님 원단으로 만든 엔지니어드 진은 한국에서만 출시됐다.

다국적 기업 한국 법인의 현지화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휠라코리아나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의 한국 수입원인 성주인터내셔널처럼 아예 현지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본사를 인수한 경우까지 있다. 자체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도 세계화가 아닐까?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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