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유머」|궤변적인 말 장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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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어린이들의 유머는 유행시리즈·말장난·수수께끼 등과 같은 궤변적 내용의 것을 가장 많이 쓰고 다음으로는 성·대소변·사람과 같은 금기적 주제의 것, 성인 또는 아동에 대한 공격적 내용의 순으로 즐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여대 강문희교수(교육심리학)의 논문 「한국 아동의 유머발달에 관한 심리적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 논문은 아동이 즐기고 있는 유머의 일반적 종류와 특징, 그리고 그 기본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국의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단위에 살고있는 아동을 3대2대1의 비율로 선정, 모두 l천3백20명의 2, 4, 6학년 아동을 선정, 그들이 알고 있는 유머를 기술케 하여 분석했다.
전체아동이 즐겨 사용하는 유머 중 대소변에 관련된 내용은 남아가 37·1%, 여아가 45·9%로 성 차를 보였다.
금기의 주제는 4학년 때 절정을 이루고 6학년 때는 다소 감소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 공격적인 유머는 학년이 높아지면서 차차 표현빈도가 증가해 2학년보다 4학년이, 4학년보다 6학년이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궤변적인 유머도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증가세를 보였는데, 공격적인 유머처럼 점차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2학년과 4학년 때까지는 서서히, 그러고 6학년 때는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도시의 아동은 중소도시나 읍·면 거주 아동보다 공격적 유머를 더 많이 즐기고 있다. 반면 읍·면 거주 아동은 대도시 아동보다 대소변에 관한 유머를 더 빈번히 적어 넣고 있었다.
▲발이 두 개 달린 소=이발소▲남대문은 어디 있나=남자의 바지 앞에▲세계에서 제일 센 대학은=와세다대학(이상 수수께끼)▲미남=미친 남자▲이에서 이를 빼면=합죽이▲「안내양, 차가요? 안가요?」=「나는 김가예요」(이상 말장난) .
이러한 수수께끼·말장난 등 궤변에 관한 주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유행시리즈」 「바보이야기」, 그리고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된 웃음거리를 표현한 빈도가 각각 증가됨을 알 수 있는데, 특히 6학년은 응답자의 22%가 두 개 이상의 시리즈식 유머를 즐기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가장 많이 쓰이는 궤변적 주제로는▲식인종이 좋아하는 사람의 몸 부분은=코(잼이 들어있어서) 귀(미싯가루가 있어서) 발바닥 (간이 맞아서) ▲우산장수가 싫어하는 TV프로는「내일도 푸른 하늘」 ▲김일성이 좋아하는 프로는「서울은 내 것이다」.
강 교수는 『우리 나라 아동이 가장 빈번히 사용하고 즐기는 유머내용은 주로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된 내용의 웃음거리라고 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저질의 코미디극이 아동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해야한다』고 이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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