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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나도 제주 신데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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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지영(오른쪽)의 티샷을 같은 조에서 경기한 장정(왼쪽)과 김미현이 바라보고 있다. 이지영은 최종합계 5언더파로 김미현과 카린 코크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제주=연합뉴스]

우승 도자기에 입을 맞추고 있는 신데렐라 이지영.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다. [제주 AP=연합뉴스, 뉴시스]

또 한 명의 '신데렐라' 가 탄생했다. 20세의 루키 이지영(하이마트). 30일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3라운드 합계 5언더파를 쳐 쟁쟁한 LPGA 프로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비회원이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지영이 14번째이며, 한국 선수로는 고우순(1994년.토레이 저팬퀸스컵)과 2003년 이 대회에서 깜짝 우승한 안시현(엘로드)에 이어 세 번째다. 우승상금은 20만2500달러(약 2억6000만원). 이지영은 다음달 열리는 LPGA투어 미첼 컴퍼니 토너먼트(미국 앨라배마주)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2년간 L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까지 덤으로 얻었다.

김미현(KTF)과 카린 코크(스웨덴)가 2언더파로 공동 2위, 신인 박희영(이수건설)과 장정이 1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챔피언 박지은(나이키골프)이 공동 6위(이븐파)를 차지한 것을 포함, 한국 선수 8명이 톱10에 들었다.

여우비가 흩뿌리는 음산한 날씨 속에도 그는 생글생글 웃었다. 보기를 하고서도 표정이 밝았다. 전반 9홀을 마치면서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더니 12번 홀 버디로 한때 6타 차까지 앞서 나갔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 탓에 15~17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했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뒤였다. 마지막날 1오버파(버디 3, 보기 4개)를 쳤지만 첫날부터 단독선두에 나선 이후 단 한번도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지영은 "LPGA 투어 진출이 목표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꿈을 이뤘다. 골프장 소속 캐디인 (이)희경 언니가 라인을 잘 읽어줘 큰 도움이 됐다. 경기 막판에는 너무 떨려 제대로 샷을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위기를 잘 넘겼다"고 말했다.

이지영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97년 처음으로 골프클럽을 잡았다.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지난해까지 2부 투어에서 평균타수 72.50타를 기록해 올해 1부 투어에 데뷔했다. 국내에서 열린 첫 번째 대회인 한국여자오픈(5월)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앳돼 보이지만 1m70cm의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돋보인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270야드를 넘나든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마지막날 악천후 속에 2타를 줄였지만 4오버파로 공동 14위에 그쳤다. 폴라 크리머(미국)는 6오버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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