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눈치살피려|북괴, 보름째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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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KAL기 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이 지나고 있으나 북한은 이사실을 아직도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동구권을 비롯한 공산진영과 서방의 공산당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현재까지 KAL기사건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한국과의 적대관계로 보아 소련을 옹호하고 싶을지 몰라도 그렇게 못하는 것은 중공을 의식한 때문일것이라는 서방소식통의 분석.
그래서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이 「소련주장」을 소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중공처럼 소련을 비난할 입장도 못된다는 해석이다.

<중공>
가장 강경한 소련비난읕 해댄 나라는 중공이었다. 4일자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6면의 반을 할애해 KAL기의 항적지도와 함께 대대적으로 이사건을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영공침범이 고의든 아니든간에 민간기를 격추한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원칙을 위반한 허용될수 없는 행위』라고 격렬히 비판했으며 이날 오학겸중공외상도 일·중공각료회의 석상에서 『깊은 충격과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지난12일 유엔안보리에서의 소련규탄결의표결엔 기권을 하면서도 어느서방대표못지않게대소비난을퍼부었다.

<쿠바>
쿠바공산당기관지 그라마는 소련이 격추를 시인하기전부터 「격추」라는 말을 사용해 소련과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고>
동구6개국과는 달리 비동맹중립의 사회주의노선을 걷고있는 유고슬라비아의 폴리티카지는 미소쌍방에 대해 「등거리논평」을실었다. 『쿠바위기이래 동서관계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이란 제목으로 『KAL기가 소련영공에 들어갔다고 해서 민간기를 격추시킨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소련을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왜 미국이나 일본의 항공관제관은 KAL기에 경고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소련의 주장을되풀이하기도 했다.

<루마니아>
지난주말까지 일체 언급이없다가 10일에야 겨우 당기관지 스퀸테아를 통해 짤막하게 소식을 알렸다. 그것도 마지막페이지 맨위쪽구석에 『극동의 항공기사고에 관하여』라는 짤막한 논평을 싣고 『일부 서방제국이 반소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것이 긴장완화와 평화의 정신을해치고 있다』는 소극적인 소련지지내용이었다.
이러한 루마니아의 태도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의 분석은 이러하다. 『금년에 들어와 루마니아는 코메콘(동구상호경제원조회의) 회원각국의 경제메커니즘과 기본경제정책을 단일화시켜야 한다』는 소련의 코메콘통합론을 강력히 비판하는등 양국관계는 악화조짐을 보이고있다.

<헝가리>
헝가리의 첫논평은 주요4개지 가운데 「가장 읽혀지지않는」정부기관지 마잘 힐럽의 8일자 3면에 게재되었다. 유럽중거리핵협상(INF) 에 대해 논평하면서 KAL기사건을 소련에 유리하게 언급했다.

<체코>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당기관지 루데 프라보는 KAL기의 조종사를 일본인이라고 오보해놓고도 아직 정정하지 않고있다.

<서구공산당>
서방제국의 공산당들역시 이번사건에미묘한 태도를 보이고있다.
일본공산당은 4일자 적기의 「주장」난에서 『소련에의한 만행이라면 용서할수없는 만행』이라고 소련을 비난하고 『소련은 사회주의정신에 입각한 솔직한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또 소련에서 벗어나고있는 이탈리아공산당은 9일자 당이론주간지 리나시타의 논평에서 『사건의 비극은 모든 국제문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소련을 비판하면서 『우선 시급한 것이 사건의 진상규명』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의 장녀」라고 불리는 프랑스공산당은 8일자 당기관지 유마니테를통해 「마르셰」서기강의 이름으로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생각하는 무리들이 이번사건을 왜곡시켜 해석하는것은 의미가없다』는 식으로 소련을 옹호했다. <외신종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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