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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CEO가 가입한 펀드 봤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근 1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낸 자산운용사 CEO 8인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위한 펀드를 추천했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는 물론 평소 눈독 들이던 다른 운용사 상품까지 속 시원히 밝혔다.

지난해 하나은행 PB사업본부가 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5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2015년 어디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34%가 주가연계증권(ELS), 19%가 주식형 펀드, 15%가 예금, 8%가 채권형 펀드라고 답했다. 투자자들의 펀드를 향한 애정은 여전히 뜨겁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펀드의 순자산은 전년 말 대비 47조6000억원 늘어난 376조1000억원이었다.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6조6000억원 감소했지만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해 전체 순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유형별 기준 해외 주식형이 10.2%로 가장 높고 해외 혼합형, 국내 채권형이 각각 6.0%, 5.0%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국내 주식형은 -1.6%로 유형 평균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 본토에 투자한 펀드가 47.9%로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인도 펀드(40.6%), 친디아 펀드(17.3%) 순이었다. 손실을 가장 크게 본 지역은 러시아(-39.6%)와 신흥유럽(-26.7%)이었다. 미국 펀드는 12.2%의 수익률을 올렸다. 테마 펀드 중에서는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헬스케어 펀드가 각각 40.1%, 22.8%로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천연자원 펀드는 -24.71%로 가장 큰 손실을 봤다.

‘가치주 3인방’ 국내 주식형 최강자로 떠올라

돈이 많이 들고 난 펀드도 알아봤다. 설정액 기준 지난 1년 동안 MMF에 21조2913억원으로 돈이 가장 많이 몰렸고 주식형 펀드는 9190억원 줄었다. 해외주식형 역시 4조4777억원 감소했다. 가치주 펀드, 배당주 펀드에 자금이 각각 2조9998억원, 3조9417억원 유입돼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별 최근 1년 성적표는 4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부문에서는 가치주 3인방으로 불리는 메리츠·에셋플러스·신영자산운용이 차례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1년 수익률 2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1%였다. 상위 10개 운용사 가운데 순자산이 1조원 이상인 대형사는 신영과 KB자산운용이었다. 채권형 펀드 1년 수익률 1위는 베어링자산운용으로 1년 수익률 7.1%를 기록했다. GS·교보악사자산운용이 뒤를 이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 1위는 한국투신운용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36.6%.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33.3%로 2위에 올랐다. 해외 채권형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년 수익률이 6.2%로 가장 높았다. 알리안츠·피델리티자산운용이 각각 4.5%, 3.9%로 해외 채권형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 시장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전문가들은 불안한 세계 정세, 유가 급락, 유동성 변화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클것으로 예상했다. ‘운용 베테랑’인 자산운용사 CEO들의 도움으로 2015년 펀드 투자전략과 유망 펀드를 점쳐봤다.

대부분 자사 대표상품에 적립식으로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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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8명의 자산운용사 CEO 모두 자사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자사 추천 펀드와 가입한 펀드가 같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메리츠코리아펀드에 가입했다. 지난해 1월 사장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월 적립식으로 돈을 넣고 있다. 존 리 대표는 ‘한 달에 얼마씩 넣으시냐?’는 질문에 “구체적 액수를 말해줄 순 없지만 내 아들도 이 펀드에 투자한다는 건 밝힐 수 있다”며 웃었다. 일부 펀드매니저의 불공정거래 사건 등으로 운용사 임직원의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인지 CEO들은 하나같이 구체적 액수가 밝혀지는걸 꺼렸다. 하지만 많은 CEO가 사장에 취임하면서 혹은 펀드 설정일부터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코리아 펀드에 대해 세계 최초의 한국투자펀드인 ‘The Korea Fund’를 15년 동안 맡은 팀이 운용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존 리 대표는 “매매회전율이 국내에서 가장 낮은 펀드”라며 “일관된 장기 투자철학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양인찬 대표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에 2008년 7월 7일 설정일부터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이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114.5%다. 양 대표는 “소수펀드 원칙을 지키며 장기투자하는 펀드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일등기업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서상철 KDB자산운용 대표가 가입한 펀드는 KDB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 펀드였다. 역시 2012년 11월 20일 설정 때부터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펀드는 한국, 대만, 중국, 인도 등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국가의 대표기업에 투자한다. 시장 지배력이 높고 거래유동성이 풍부한 우량 대형주를 선정해 이를 핵심종목과 경기 순환주 종목으로 나눠 각각 70·30% 비중으로 투자한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8.3%다. 서 대표가 추천한 자사 상품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 펀드는 같은 전략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한다.

자사 대표 펀드에 모두 투자하는 CEO도 있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 등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각각 2002, 2003년에 설정된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387.8%, 501.3%에 달한다. 이 대표는 세 펀드 가운데 신영마라톤 펀드를 추천 펀드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치주,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근 반등한 시멘트 업종처럼 조선, 화학, 정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지난해 최악의 주가하락을 경험한 업종들이 바닥을 다지는 듯하다”며 “신영마라톤 펀드는 현재는 시장에서 소외됐지만 저성장 고변동성 시기에 안정적 성과를 보여줄 종목에 투자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타사 펀드로는 한국밸류·트러스톤운용 선호

오재환 동부자산운용 대표 역시 자사 상품들에 분산투자 한다. 가장 성과가 좋은 펀드는 동부차이나본토, 동부차이나, 동부바이오헬스케어 펀드였다. 이 펀드들은 각각 27.0%, 18.0%, 10.0%의 1년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오 대표가 추천한 자사 펀드는 동부차이나본토 펀드다. 그는 “이 펀드는 중국 부국펀드매니지먼트에 위탁해 현지 리서치를 기반으로 종목을 선택한다”며 “중국경제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주가지수의 후행성을 생각할 때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보다 우수한 장기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해외 주식형 부문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박천웅 대표는 가입한 펀드를 밝히지 않았다. 성장주, 배당주 펀드 등 리스크 정도가 다른 다양한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가 추천한 자사 펀드는 이스트스프링아시아퍼시픽고배당 펀드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박 대표는 “이 지역이 주주증시 정책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다”며 “은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당이 중요해지고 있어 유망하다”고 말했다.

박래신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 역시 현재 투자하는 펀드를 알려주지 않았다. 자사 펀드 중에서는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를 추천했다. 박 대표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경력직 펀드매니저를 영입하지 않고 신입만 채용해 일관된 가치투자 원칙을 지켜왔다”며 “2006년 환매 제한 기간이 평균 3개월일 때 3년이라는 최장 환매 제한 기간을 적용하는 등 장기 가치투자를 제대로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잃는 것’이 가장 두려울 것”이라며“이 펀드는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잃는 것은 두려워하는 펀드”라고 덧붙였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 2006년 4월 설정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때를 제외하고 매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현 부회장, 설문은 12월 중순에 진행됐다)은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 펀드에 설정일인 2005년 12월 20일부터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수익률은 110.8%다. 정 부회장은 위 펀드를 추천하며 “장기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했다”고 말했다. 상승 여력은 높지만 저평가된 중대형 우량주, 수출주에 집중 투자하는 이 펀드는 1조1900억원의 운용 규모를 자랑한다. 정 부회장은 “대형 펀드임에도 단기적 시장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성장성 높은 저평가 종목에 투자한다는 운용원칙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운용사 CEO들에게 다른 회사 상품 중에서도 유망한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일부는 거절했지만 경쟁사 사장님으로부터 ‘중복 추천’을 받은 펀드가 있었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와 트러스톤칭기스칸 펀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칭기스칸 펀드는 투자자산의 60%를 국내주식에 투자해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노리는 정통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다. 2008년 6월에 설정해 3년 수익률 11.8%를 기록했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신영마라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 한국투자한국의힘, KB그로스포커스, 삼성코리아 대표,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 역시 다른 타사 추천 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와 신영마라톤 펀드를 추천한 CEO는 “좋은 펀드는 좋은 지배 구조에서 나온다”며 “두 회사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한 곳에 오래 근무하며 일관된 운용철학과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2006년 창립 때부터 함께한 이채원 부사장이, 신영자산운용은 1996년 입사한 허남권 부사장이 CIO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 펀드의 추천 이유는 중위험, 중수익의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이상진 대표는 “한국의 대표기업, 업종 일등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의 수혜를 잘 반영할 것”이라며 한국투자한국의힘, KB그로스포커스, 트러스톤칭기스칸, 삼성코리아대표 펀드를 추천했다.

글=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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