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은 목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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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랜만에 서랍정리를 하고 옷가지들을 모아 단골로 다니는 소금장수 아줌마 집에 딸 있느냐고 묻고는 자매들이 많아서 유행따라 자주 사들이다 보니 서랍이 넘쳐서 그러니 좀 가져가라고 보따리에 싸 주었더니 다음 날 벨 누르고 마당으로 들어서는 아줌마의 손끝에 고등어가 세마리 들려 있었다.
여고에 다니는 막내딸의 옷투정을 다 못들어 주던터에 가을이라 또 해야할 옷 걱정을 면하게 되어 고맙다며 받기만 해서 쓰겠느냐 싶어 고등어 세마리를 사왔노라 내밀었다. 뒤따라 『이거 잃어 버렸지유』하면서 옷속에 붙어 있더라며 언젠가 잃어버린 5푼짜리 실날같은 18금 목걸이를 또 내밀어 주는 것이었다.
『어머나, 이게 옷 속에 붙어 있었어요?』
엄마의 18금 귀걸이를 녹여 목걸이로 만들어 내가 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없어져 괜한 동생만 다그쳤는데 빨간스웨터 속에서 실에 걸려 있더란다.
잃어 버린걸 다시 찾은 기쁨에 고등어는 도로 가져가서 아줌마 반찬해 잡수시라고 만류를했더니 가져온 성의를 무시하지 말라고 거절한다.
얼른 또 가야겠다며 일어서는 아줌마를 붙들고『그것 그냥 아줌마 해버리시지 그랬어요.』
슬쩍 농담을 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옷보따리와 함께 목걸이도 일부러 끼워준건지 다시금 확인해 보려고 했다며 마주 농담해왔다.
『그럼 드릴까요? 아줌마』했더니 『아이구, 싫수』하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비록 이런 밑바닥 장사는 하고 다니지만 양심 하나만큼은 지키고 산다면서 머리에다 이는 아줌마의 소금그릇에다 포도주 담고 남은 냉장고속의 포도 세송이를 살짝 얹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담너머에서 들려 오는『소금사유』라고 외치는 아줌마의 고함소리가 오늘 따라 왜 그렇게 고상하게 들리는지. 실낱같은 목걸이를 목에다 두르니 아줌마의 고운양심을 목에다 두른 것 같아 마음 한쪽이 자꾸 시큰해 오는 것이었다.<김주경, 부산시부산진구부암동458의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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