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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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바논 분쟁의초점은 현재 이스라엘-아랍의 대결보다는우선 레바논의 정국안정문제로 압축되는 인상이다.
「아민·제마옐」 대통령의 레바논정부는 이스라엘군이 슈프산악지대에서 철수하고나면 정부군을 진주시켜 치안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하고있다.
그러나 회교종파의 하나인드루즈들은 기독교민병대 세력을 배후에 갖고있는 「제마옐」대통령의 정부군에 의해 보호받지 못할것이라는 공포때문에 정부군 진주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항거하고있다.
드루즈족이 이처럼 정부군의 진주률 반대하는 가장 큰이유는 「제마옐」 대통령정부의취약성 때문이다.
중앙정부라근 하지만 「제마옐」대통령은 고작 베이루트일원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의 통치력밖에 행사하지 못하고있다.
레바논남부는 이스라엘군,베이루트외곽지대와 베카평원일대는 시리아군이 각각 점령해 나라가 3분된 상태에서 「제마옐」 대통령의 영향력은 베이루트시장만도 못하다는 빈정거림이 나올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8월중순엔슈프산악지대에 지난해11월이후 주둔하고있던 부대와 교대하기위해 진주하던 정부군부대에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산악지대의 드루즈마을에 40대의 탱크를 앞세우고 진주하던 5백명의 정부군이 마을어귀에 들어서자 드루즈족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그러자 정부군의 절반은 드루즈쪽으로,나머지 절반은 부근에 있던 기독교민병대쪽으로 갈라져 흩어졌다.
이런 군대를 갖고있는 「제마옐」 정부의 권위는 베이루트에 파견돼있는 미국·프랑스·이탈리아의 평화유지군이겨우 지탱해 주고었다.
따라서 드루즈거주지역인 슈프산악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이철수하고나면 기독교민병대와회교민병대간의 충돌위험성은걷잡을수없는 살육전으로 번져 정부군이 통제할수없으리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증오와 복수심에 얽힌 양파간의 해묵은 대립은 양쪽모두 정부군 못지않은 장비로중무장하고 있기때문에 더욱정부군으로선 손쓸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군의 철수계획은 베이루트외곽의 슈프산악지대까지 진주해있는 병력을 철수하여 이스라엘 국경에서 50㎞떨어진곳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9월초순에 완료될 예정인이 계획은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레바논주둔 외국군의 철수률 요구하던 레바논정부와 미국의 만류로 주춤하고있는 형세다.
이렇게 긴장이 고조되자 이미 일부 철수했던 이스라엘군은 슈프산악지대에 다시 병력을 증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마옐」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도 양파간의 대립이 정치적으로 해결될때까지철수계획을 늦추도록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매일 공격이 벌어지고 폭탄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숱한 목숨이 쓰러지는 위기속에서도 전쟁에 익숙해진레바논사람들외 생활은 얼핏활기있는것같은 착각을 주기도한다.
해안가의 회원제수영장에는늘씬한 몸매의 여인들이 몸을 그을리고 있고,베이루트의 명동이라할 함라거리의 라디오가게에서는 팝뮤직이 귀를 따갑게하고, 프랑스군이 순찰하고있는 극장앞에는 표를사려고 줄을선 행렬이 눈길을 끈다.
29일의 대규모총돌이 있기전까지만해도 밤이면 나이트클럽에 꽉들어찬 손님들이 서구의 최신 허트뮤직에 맞춰몸을 흔들어댄다.이런 생활을 두고 길가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레바논사람은 멀지않은 장래에 평온을되찾을 가능성에 대해 비관하며 『나이트클럽의 요란한춤처럼 죽음의 춤도 계속될것이다』고 음산하게 내뱉둣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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