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노후자금과 교육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뜨겁다. 집을 팔아 자녀 유학을 보내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사는 기러기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장수(長壽)의 리스크'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제한된 수입과 짧아지는 근로연령을 고려할 때 은퇴 이후엔 생활문제에 앞서 생존문제부터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모든 것을 투자하는 자식 교육만큼 본인의 노후 대비도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교육비와 노후자금이라는 두 명제를 지혜롭게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녀의 나이와 부모의 연령을 대비시켜 표를 만들어 보고 교육비에 필요한 자금이 매년 얼마나 될지를 계산해 보자. 특히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는 시기는 대개 부모가 은퇴하는 때와 비슷하므로 은퇴 이후의 자녀 교육비를 별도의 주머니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매달 쓰는 교육비가 노후준비 같은 다른 재무목표에 해가 되지 않도록 절제할 필요도 있다.

노후자금과 관련해선 단순 계산으로 매월 100만원의 생활비를 25년간 사용한다면 3억원이 필요하다. 은퇴 전에 달마다 100만원씩 25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노후엔 지금보다 여유시간이 많아 돈 쓸 기회도 많고 병원에 갈 일도 많을 뿐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에 노후준비의 적정수준도 사람마다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일단 현재 수입과 지출 현황을 점검한 뒤 미래를 위해 지금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어디까지로 제한할지를 먼저 결정한 뒤 남는 돈으로 필요한 노후설계를 하는 게 좋다.

노후자금과 교육비는 모두 중.장기적 목표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정기예금 금리가 4%고 학자금 상승률이 8%라면 자녀 교육비로 준비한 1000만원은 5년 뒤 가치가 820만원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장기성 준비자금일수록 물가상승률을 이길 수 있는 투자방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최근 적립식펀드나 변액연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을 배우는 노력도 필수조건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단발성 투기와 평생을 함께하는 건강한 투자를 혼동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시장을 보는 게 기본이다.

김종민 교보증권 자산관리영업지원부 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