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의 아이 유학 메모] 1. 바뀐 SAT(미국 수능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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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미국 대입제도가 바뀌면 한국의 교육시장이 요동치곤 한다. 대학입학 예비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가 올해 3월 바뀌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 학원가뿐 아니라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도 SAT의 패턴 변화에 대비해 한창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번 변화를 살펴 보면 미국 교육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표준화된 테스트에 불과한 기존 SAT에서는 단순한 암기를 필요로 하는 패턴 중심의 학습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SAT는 학생을 걸러내는 변별력을 갖기보다 대학입학을 위한 자격시험 정도로 여겨졌다. 학생들도 이에 맞춰 답 위주로 공부하는 암기식 학습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바뀐 SAT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과학.역사.인문학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기초지식을 요구하는 시험이 됐다. 학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성취도 검사(Achievement Test)의 성격으로 변한 것이다.

먼저 쓰기(Writing) 시험이 새로 추가됐다. 상대적으로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토종 한국학생은 불리해졌다. 어릴 때부터 영어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현실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종전 어휘(Verbal)영역이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영역으로 바뀌었다. 어휘 중심의 단순한 암기에서 과학, 역사, 문학, 사회학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지식평가 형태로 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평소 미국 역사와 문학작품 등을 접하지 못하는 외국학생들에겐 훨씬 어려운 평가 영역이 됐다. 수학에서도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쉬웠던 정량 비교(Quantitative Comparison)영역이 제외됐다. 대신 출제범위에 대수(algebra) Ⅱ가 추가돼 난이도가 높아졌다.

이렇게 바뀐 SAT시험을 효과적으로 대비할 방법은 뭔가. 해답은 독서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통해 미국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를 접하는 훈련이 불가피하다. 독서를 통해 종합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고 심도 있게 써내려 가는 글쓰기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박영희씨는=경기여고, 이화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일본항공.영국항공에서 10년간 근무했다. 두 자녀를 미국에 조기 유학시킨 경험을 토대로 2004년 중앙일보에 '가정 주부 박영희씨의 유학 가이드'를 연재했다. 또 지난해 '외국 명문고 99% 알고 떠나기(국민출판 간)'란 제목의 책을 냈다. 현재 교육컨설팅 회사 '세콰이어 그룹'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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