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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보다 못한 한국 근로자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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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달 말 연구자료를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의 노동소득분배율이 54.5%라고 했다. 이 회사가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중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현대차처럼 부가가치 가운데 절반 이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할까.

 답은 ‘아니요’다. 본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임금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 노동소득분배율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분석에선 자영업자를 제외한 순수 임금근로자(피용자)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2년 43.5%였다. 1990년(42.6%)에 비하면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OECD에 자료를 제출한 32개 회원국 가운데는 24위에 그쳤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속한다는 뜻이다. 한국보다 노동 가치를 소홀히 하는 국가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34.2%)와 폴란드(37%), 멕시코(27%) 등이었다. 가장 노동소득이 잘 분배되는 국가는 스위스(58.5%), 미국(53.3%) 순이었다. 정부가 소비 창출을 위해 임금을 올리도록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일본(51.9%)은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 수준이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은 소득분배가 잘 안 된다는 뜻”이라며 “한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소득불균형을 짐작하게 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근로자 몫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불평등이 심하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은 국가(2위)에 속했다. 4명 중 1명이 저임금 근로자다. 이는 24.2%이던 2001년보다 0.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임금불평등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말이다. 저임금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임금을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임금 대비 3분의 2가 안 되는 돈을 받는 근로자다(OECD 기준). OECD 평균은 16.3%다. 핀란드나 벨기에·스위스 같은 나라는 10%가 채 안 됐다. 그만큼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에 임금 차이가 별로 없고 고르다는 얘기다.

 근로소득에 대한 조세부담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았다. 2013년 현재 한국은 21.4%였다. 2000년(16.4%)에 비하면 5%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조사 대상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0위로 가장 적은 세금을 내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27개국은 근로소득 가운데 30%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었고 벨기에와 독일·오스트리아는 50% 안팎의 세금을 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간접세 비중이 높은 데 따른 착시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근로소득 과세 대상자 가운데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면제자 비율이 36%에 달하는 것도 전체 조세부담률을 떨어뜨린 변수로 작용했다.

 물가 차이 등을 반영한 실제 구매력으로 산출한 임금 수준은 중상위권에 속했다. 한국의 세전임금은 4만7075달러였다. OECD 회원국 중 13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런데 세금을 내고 남은 순수입은 4만782달러로 6293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순수입으로 따지면 3위에 해당한다.

김기찬 선임기자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노동생산성의 상승에 맞춰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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