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남친에 앙심, 성폭행범 몰아 10년간 괴롭힌 30대女에 실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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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말한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무고한 뒤 증거까지 조작해 10년 넘게 괴롭힌 30대 여성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이영남 판사는 무고·모해위증·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38)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 2002년 10월 채팅사이트를 통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A씨를 알게 돼 이듬해 3월 연인 사이가 됐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A씨가 "사법시험 2차 준비에 전념하려 하니 그만 헤어지자'고 말하자 서씨는 A씨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결심했다.

이어 2004년 2월 서씨는 복수를 시작했다.서씨는 A씨가 자신을 방에 감금하고 흉기로 위협해 두 차례 성폭행했다고 거짓말을 꾸며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성폭행 증거가 없고,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다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서씨는 곧바로 항고했다.

검찰은 A씨가 주장한 '연인관계'를 다시 조사해 두 사람이 함께 홍콩에 여행을 간 사실 등을 알아냈다. 그러자 서씨는 이를 반박하기 위해 '홍콩에 간 적이 있지만 A씨를 피하려고 마카오로 건너갔다'고 다시 거짓말을 했다. 또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권을 위조하기도 했다.

마카오 이민국 명의의 출입국 도장을 가짜로 만들어 자신의 여권에 찍고 홍콩행 항공권 따로 예매한 것처럼 이메일 문서도 꾸몄다. A씨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뜯었다는 거짓말도 덧붙였다. 뒷받침하기 위해 A씨가 쓴 것처럼 서명을 꾸며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서씨의 거짓말은 법정에서도 계속됐다.

결국 A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받았다. 서씨는 무고와 증거조작이 탄로 나 2007년 12월 기소됐다.

이영남 판사는 "피고인은 헤어지자는 남자친구의 말에 앙심을 품어 그를 무고했고, 자신의 허위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를 위조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A씨는 무고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꿈과 사법시험을 포기해야 했고 가족들까지도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됐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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