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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立春大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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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배상복
배상복 기자 중앙일보 부장

길 것만 같았던 겨울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내일이 입춘이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보통 양력 2월 4일께에 해당하는데 올해는 정확하게 날짜가 일치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한다.

 간혹 입춘의 한자를 ‘入春’이라 쓰는 경우가 있는데 ‘立春’이 맞는 말이다. ‘봄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들 입(入)’자를 사용해 ‘入春’이라 쓰는 것이 맞을 듯도 한데 ‘설 립(立)’자를 사용해 ‘立春’이라 적어야 한다.

 ‘立春’이란 말은 『예기』 월령편에서 유래한다. 이날에는 중국 황제가 신하들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며 제사를 지낸다는 기록이 나온다. 어떤 이는 중국 황제가 봄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立春’이란 말을 쓰게 됐다고 한다.

 ‘立’자에는 ‘곧’이나 ‘즉시’라는 뜻이 있는데 ‘곧 봄이다’는 의미에서 ‘立春’으로 한자를 쓰게 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본격적으로 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제 곧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入春’이 아니라 ‘立春’이 맞는 한자어이고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 등도 ‘入’이 아니라 ‘立’자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춘이면 대문에 글귀를 써서 붙이는 풍습이 있다. 옛날 대궐에서 입춘이 되면 내전 기둥과 난관에 문신이 지은 시(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연꽃 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붙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글귀를 한자로 써서 대문의 좌우측에 여덟팔자 형태로 붙이는데 이를 입춘서(立春書)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한다.

 입춘서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대표적이다. ‘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우순풍조 시화세풍(雨順風調 時和歲豊)’ ‘문신호령 가금불상(門神戶靈 呵?不祥)’ 등의 글귀도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참조]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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